대한항공·아시아나 ‘마일리지’ 허공에 흩어지나

2024-11-18

김모씨(38)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을 검색해본다. 김씨는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그간 아시아나항공을 주로 이용해왔다. 외국 항공사 비행기를 탈 때도 가급적 아시아나항공이 가입한 항공동맹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를 골랐고,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한 신용카드도 사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항공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사용하지 못한 마일리지가 10만마일가량 쌓였고, 올해 안에 이 중 1만마일은 유효기간이 만료된다는 안내를 받게 됐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절차가 시작되면 마일리지를 제대로 쓸 수 있을지도 불안하다. 김씨는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수량이 거의 없어서 매일 항공권이 있는지 검색해보고 있다”며 “내년 휴가는 보너스 항공권 구입이 가능한 날짜에, 항공권이 있는 지역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 좌석은 동나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마일리지 사용처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사용하지 못했던 마일리지가 만료 직전이고, 양사 합병 전 마일리지를 소진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마일리지 항공권 발권이나 좌석 승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일리지는 언젠가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회계상 ‘부채’에 해당하는 ‘이연수익’으로 분류된다. 승객이 탑승권을 구입했을 때 마일리지 적립액에 해당하는 금액은 수익으로 계산하지 않고 재무제표에 이연수익으로 달아놓는 방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올해 9월 말 기준 이연수익은 각각 2조5542억원, 9819억원이다. 양사의 미사용 마일리지를 합치면 3조5000억원 이상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대한항공은 1288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766억원 늘었다.

미사용 마일리지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기간에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최대 3년간 연장해준 여파다. 당시 연장된 마일리지 만기가 다가오면서 지난해 말과 올해 말을 기점으로 소멸되는 마일리지가 늘어났다. 기한 안에 소진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보너스 좌석이 동나고 사용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의 합병 전에 마일리지를 소진하려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보너스 항공권 예매가 더욱 어려운 상태다. 합병 후 통합 항공사에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가치를 얼마나 쳐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항공권 구입으로 적립한 탑승 마일리지가 아니라 제휴카드를 통해 적입한 마일리지의 경우 실제 적립비율 자체가 다르다. 카드사에 따라 혜택이 다르지만 대한항공이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준다면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5마일을 적립해주는 식으로 비율을 달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만약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탑승 마일리지를 1 대 1 통합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하더라도 카드사를 통해 적립된 마일리지는 비율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자세히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변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항공여행 마일리지는 단 1마일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항공사는 소진 독려하나 소비자는 ‘싸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이달 말로 예상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 이후 본격화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가 2년 뒤 통합 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 올해 안에 합병이 결정되더라도 앞으로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기존처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후 6개월 안에 구체적인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제출한 마일리지 통합안을 근거로 심사한 뒤 통합 마일리지 방안을 승인한다.

항공사들은 최근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을 늘리며 마일리지 소진을 독려하고 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마일리지로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 여행상품, 할인 바우처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전용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애써 모은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 대신 생수나 간편식 등을 구입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는 적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에서는 ‘제주워터’ 500ml 30개들이 4박스를 9000마일에 판매한다.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할 때 대한항공 마일리지 1마일의 가치는 최소 10원 이상으로 환산할 수 있기 때문에 9000마일의 가치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9만원 수준이다. 생수 1박스 가격이 1만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으로 살 때보다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쇼핑몰인 OZ샵은 상품 구입에라도 마일리지를 소진하려는 고객이 몰리며 대부분의 물건이 품절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올해 소멸되는 마일리지를 보유한 회원들께 안내문자를 발송하면서 접속과 구매량이 평소보다 증가해 품절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품목과 수량을 확대해 마일리지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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