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서 자금 대량 이탈에도
목돈 맡아주는 MMDA 수요 '굳건'
내우외환 속 안정적 투자처로 각광
주로 현금 부자들과 기업들이 돈을 맡겨 두는 은행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관련 상품에서 한 달 동안 1조원가량의 돈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이를 포함한 전체 요구불예금에서 같은 기간 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한 현실을 고려하면 분명 대비되는 흐름이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안팎의 불안이 확산하자 묵혀뒀던 대기 자금을 안정적인 투자처로 옮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목돈을 쥔 사람들은 여전히 MMDA 등 파킹통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MMDA 잔액 합계는 114조7959억원으로 전월 대비 1.1%(1조2735억원) 감소했다.
MMDA는 대기성 자금을 맡겨 두는 요구불예금의 한 종류다. 투자 자금을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한 뒤 얻은 이익을 다시 고객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주로 사업 대기 자금을 잠시 예치하려는 개인사업자와 법인 등의 파킹통장이라고 불린다.
보통예금인 일반 입출금통장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입·출금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대다수의 MMDA 상품은 예금 잔액에 따라 차등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목돈을 가지고 있는 금융 소비자가 선호한다.
은행별로 취급하는 MMDA를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KB우대저축통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고, ▲우리은행 '고단백MMDA' ▲하나은행 '수퍼플러스' ▲신한은행 '수퍼저축예금' ▲농협은행 '알짜배기저축예금 등의 상품이 있다.
다만 이같은 MMDA를 넘어 요구불예금 전체를 보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MMDA에 대한 수요는 아직 꽤 남아 있는 편이란 얘기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은행들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97조7644억원으로 같은 기간 6.1%(38조9531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에서 돈이 새는 건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여건 탓이다. 요구불예금에 있던 돈을 빼 안정적인 바구니에 담아 두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42조133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조5420억원 증가했다. 정기적금 잔액 역시 전월보다 9102억원 늘면서 38조9176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건 미국의 영향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환율은 1400원대를 넘는 등 고공행진 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정책금리를 지난 9월 0.50%포인트(p) 내리고, 이어 지난 6일 0.25%p 추가로 인하하면서 트럼프와 반대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도 미지수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금융 소비자들의 머리 속은 더 복잡한 상황이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정책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최대 2026년까지 고환율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인 만큼 환율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올해 한 번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의 결정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 현금을 대량으로 소유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대기성 자금을 MMDA에 묵혀두고 있는 모습이다. MMDA는 최종잔액에 따라 수시입출금통장보다 높은 이율을 적용해 매일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특히 목돈을 가지고 있는 금융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불안정한 금융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목돈을 굴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일부은행에서는 MMDA 규모가 전월보다 20% 넘는 증가세도 보이고 있어, 현재의 금융 상황이 지속되는 한 MMDA의 수요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MDA는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을 뿐더러 높은 이율을 얻을 수 있어 기업을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은 상품"이라며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요구불예금이 대규모로 빠지고 있는데, MMDA가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