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에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재기 의지를 잃고 파산하는 곳이 속출하고 금융권에 대출을 갚지 못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고환율·고물가·고금리라는 ‘신 3고’까지 겹쳐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한계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024110)이 보유한 회생 기업 고정 이하 여신 잔액은 올 3분기 말 기준 3952억 원으로 지난해 말(2398억 원)보다 66.4%나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520억 원)에 비해서는 규모가 줄었지만 이는 올 3분기까지 3009억 원의 회생 기업 부실채권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회생 기업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1748억 원)보다 1.7배나 확대됐다. 문제가 생긴 대출을 걷어내고 있지만 정리 속도보다 더 빠르게 부실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통해 정상화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좀처럼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법원으로부터 기회를 받았는데도 경영난이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 장기화가 중소기업 관련 부실이 불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이 내수 침체로 인한 타격을 더 크게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도 늘어 기업은행의 중기 대출 연체율은 올 10월 말 0.97%에 달했다. 지난해 말(0.64%)에 비해 큰 폭으로 높아졌다.
결국 빚을 갚을 수 없어 파산하는 영세 기업도 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4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13건)보다 19% 늘었다. 역대 1~3분기 누적 기준 가장 많다. 이정엽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최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도산 법원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며 “사업을 지속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할 만큼 경영난이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 경영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등 정책으로 고금리 장기화 전망은 물론 1400원을 돌파하는 등 치솟고 있는 환율도 악재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원자재 값이 올라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소 기업이나 핵심 역량을 가진 기술 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위기 극복 능력이 있는 기업들을 선별하고 이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한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