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공개된 2024년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 국세수입 실적치는 본예산 세입 전망을 30조원 넘게 하회했다. 재작년에 이은 역대급 세수 결손이었다. 2021년부터 4년간 세수 오차는 평균적으로 세입 결산 대비 15%를 넘어섰다. 이 정도면 전문가들에 의한 전망 결과라고 밝히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올해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양상을 보면 큰 규모의 세수 결손이 벌써부터 점쳐진다. 정상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다면 이 정권은 결국 재정운영에 있어 역사상 가장 무책임했던 정부로 기록될 운명이다.
물론 그런 세수 오차도 어쩌면 기획재정부가 의도한 선택의 결과인지 모를 일이다. 전임 정권에서 예산을 편성했던 2021년과 2022년, 기재부는 세입을 과소 추계했다. 돈이 없다면서 재정지출 확대의 여지를 어떻게든 틀어막았다. 국가책임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요구해온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열망은 그 과정에서 길이 막혔다. 그러나 현 정권이 감세에 나서자 이번에는 세입을 과다 추계했다. 그래야 재정 여력의 고갈을 우려하는 정치적 비판부터 우선 피하고 볼 수 있었다. 그 후 세수 결손이 현실화하자 지출 예산을 삭감하고 불용을 늘렸다. 예산이 법률로서의 효력이 없는 맹점을 악용한 것이었다. 분석과 전망은 하수였지만 긴축을 관철시키고 자본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수읽기에서는 고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재정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일단 세수 추계의 신뢰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 급선무다. 국가재정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해 규율하는 과제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미 수차례 지적되었지만, 예산편성권이 주어진 기재부 장관에게 세수 추계의 정확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동법 제11조 업무의 관장에 있어 세수 추계를 예산편성권과 구분해 독립적인 기능으로 별도 규정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리고 규범화를 목적으로 동법 제16조 예산의 편성 및 집행 시 준수할 원칙에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추가하는 방향이 옳다. 동법 제89조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도 세수 오차가 일정 범위를 넘어설 경우 세입 경정을 의무화하도록 개정해야 맞다. 아울러 7월 말 최초 추계에 이어 11월에 예산안 심의 중이라도 세수 재추계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그간 기재부는 긴축을 위한 수읽기에서만 고수였던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이 원하면 없는 돈이라도 만들어내는 수완을 톡톡히 발휘해왔다. 특히 외국환평형기금과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활용해 세수 결손에 대응한 장면에서는 그토록 강조하던 정부 예산제약이라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금과옥조 개념조차 하마터면 무색해질 뻔했다. 그래봤자 고작 금융성 채무를 적자성 채무로 만드는 꼼수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다만 외국환평형기금의 전용이나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예탁 규모 조정 등에 대해 앞으로는 국회 심의를 필수 절차가 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일환으로 현행 국가재정법 제17조의 예산총계주의를 예산이 아닌 일부 기금 사업에도 확대 적용하는 개정을 검토할 만하다.
그뿐인가. 이 정권은 또한 공격적인 부자 감세 수단으로 국세감면제도를 가장 남용한 정부이기도 했다. 작년 9월 제출된 2025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재작년,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세감면이 법정한도를 넘어선다. 현행 국가재정법이 제88조에 기재부 장관은 법정한도 준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만 했을 뿐 위반 시 어떤 구속력도 실제로는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향후 한도를 어기면 기재부 장관에 책임을 물어 최소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조세지출 총량 관리 방안을 국회에 출석해 설명하게 해야 한다. 조세지출 전반을 정비해 일몰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조세특례 예비타당성평가와 심층평가를 실질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으로 현행 법정한도 산정 방식을 합리화할 필요도 있다.
오늘 광장과 거리를 밝히는 응원봉과 키세스단의 민중은 단지 이 정권의 무도한 계엄 시도에만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수십년 이 땅을 살아온 한국인들이 삶 속에서 치러온 모든 희생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 질서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다시 국가책임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나선 한국 민중은 무책임과 꼼수, 방만한 감세와 무자비한 긴축으로 일관하며 극우 세력을 후원해온 윤석열 정권 기획재정부에 분노한다. 대통령 파면에서 멈추지 않고 광범위한 재정 개혁으로 그동안의 재정운영상 폐습을 남김없이 청산해야 마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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