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가여운 아이와 가엾은 아이

2025-09-03

열심히 책을 읽던 중 ‘저 가여운 아이를 보아라’라는 대목을 발견한 한 독자가 있다. 이 독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 가엾은 아이를 보아라’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아닌가 문득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소리 나는 대로 쓰기보다 원래의 형태를 밝혀 적는 경우가 많아 ‘가엾다’를 소리 나는 대로 잘못 쓴 표현이 ‘가엽다’라고 알기 쉽다. 그러나 ‘가엾다’와 ‘가엽다’는 둘 다 표준어로, 고민하지 말고 아무거나 쓰면 된다. ‘가엾다’는 ‘가엾어/ 가엾은/ 가엾으니’, ‘가엽다’는 ‘가여워/ 가여운/ 가여우니’ 등과 같이 활용해서 쓰면 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는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표준어 사정 원칙 제26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섧다’와 ‘서럽다’도 복수 표준어다. “갈 곳 없는 내 처지가 너무도 섧다” 등처럼 쓰이는 ‘섧다’는 실생활에서 쓰이기보다 문학작품이나 노래 가사 등에 종종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섧다’가 맞춤법상 올바른 표현은 아니지만 문학작품 등에서만 특별히 허용된 ‘시적 허용’이 아닐까 생각하는 이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섧다’와 ‘서럽다’가 많은 이에게 두루두루 쓰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모두 표준어로 인정받았다. ‘섧다’는 ‘설워/ 섧고/ 설우니’로, ‘서럽다’는 ‘서러워/ 서럽고/ 서러우니’로 불규칙 활용을 하기 때문에 틀리게 쓰기 쉬우니 주의해 써야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