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농지 규제완화 시대, 청년농의 미래는?

2025-03-06

봄이 오나 싶더니 기온이 영하 10℃를 오르내린다. 지난해 이맘때도 이랬던가. 날씨가 이상해도 이제는 농사를 준비해야 할 때다. 지난 겨울 큰 눈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잘라내고, 무너진 울타리도 손본다. 지난해만큼 여름이 뜨겁다면 올해 농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남편과는 여름에 최대한 바깥일을 줄여 보자고 이야기했다. 이상기후가 밥 먹듯이 찾아오는 이 시대에 언제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용어 중에 ‘지속가능성’이 있다. 과연 우리의 농사는 지속가능한가.

하지만 농사를 고민하게 하는 것은 이상기후만이 아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촌소멸 대응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소멸위기 지역을 규제혁신지구로 선정하고 농지 규제를 풀어 농업진흥지역이 아니면 농민뿐 아니라 일반인과 기업도 농지 취득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소식이다. 농업진흥지역이라도 주말·체험 영농이 목적이라면 농지를 구입할 수 있으며, 농지 취득 즉시 임대차 거래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엔 ‘농촌에 핫플을 만들 방법이 생겼다’는 제목이 달려 있다.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농촌이란 무엇일까. 농사를 안 짓는 사람이 농지를 사서 무엇을 할 것인가. 농촌에 핫플이 없어 인구가 줄어드는가. 핫플에 다녀가는 사람들이 돈을 쓰면 농촌소멸 문제는 해결될까.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어 본다. 규제를 풀어 농지에 투자할 수 있게 해야 농민들이 먹고살 수 있다고. 땅값이 올라야 농촌에 사람이 산다고 한다. 농지 가격이 오르면 농지를 팔아 그 돈으로 먹고살까. 그러고 나면 농촌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푸른 꿈을 안고 농업을 시작하지만, 농사를 지어 버는 돈으로는 감당 안되는 지대와 시설비로 허덕이는 청년농업인들을 떠올린다. 농지는 줄어 적당한 농지를 구하기도 힘든데 투자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농촌이 산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규제 완화로 농지가 줄고 가격은 오른다면 농사를 짓겠다는 청년농들의 꿈은 꺾일 수밖에 없다.

농촌은 빈 공간이 아니다.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다. 농지는 개발 가능성을 지닌 저렴한 가격의 빈 땅이 아니라, 농업을 통해 사람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농산물을 생산하는 공간이다. 도시의 돈을 투자라는 말로 포장해 농촌으로 끌어당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규제 완화라는 미명 아래 투자와 개발이 휩쓴 후 농촌엔 무엇이 남을지, 농촌이 어떻게 변할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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