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달걀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농무부 장관이 '뒷마당에 닭을 키워라'고 황당한 해법을 제시해 빈축을 사고 있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지난 2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의 일요 프로그램 '폭스 앤드 프렌즈'에 출연해 계란 가격 급등에 대한 단기적인 해법이 없다며 그 대신 뒷마당에 닭을 키우라고 제안했다.
롤린스 장관은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어쩌면 뒷마당에 닭을 키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것. 정말 멋지다(awesome)”라고 말했다.
농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는 자신 역시 닭을 키우고 있다면서 같은 해법을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도 제안한 바 있다.
미 농무부 식품 전망에 따르면 미국에서 달걀 가격은 올해 41.1%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류 독감이 확산되면서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달걀 품귀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12개 들이 달걀 한 판이 1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 알에 우리돈으로 1100원이 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류독감이 계속 확산하고 있어 당국 역시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농무부 장관이 제시한 해법에 현지인들은 차가운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인 모두가 뒷마당을 가진 것도 아니며, 뒷마당이 있다고 한들 닭을 기르는 가격이 이미 달걀 가격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가축 전문가인 데이나 주크는 현지 매체 USA투데이에 “달걀을 사 먹는 것보다 (닭을 길러서) 이익을 내려면 뒷마당에서 최소 닭 8마리를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싸늘한 반응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12개들이 20달러 비싸다고 닭을 기르는데 600달러를 쓰라는 거냐”, “당신 말은 가스 가격이 오르면 뒷마당에서 시추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 “가정집 뒷마당은 조류독감 안전지역이라도 되느냐”며 롤린스 장관의 해법을 비꼬았다.
한편, 롤린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5억 달러를 추가 투입해 생물 보안조치, 규제 부담 제거, 조류독감 백신 및 치료제 전략 모색 등 계란 공급 안정화를 위한 5가지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