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체크 포인트 5
간암은 폐암에 이어 국내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한다. 한국인 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만성 B·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다. 간에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하는 간염 바이러스는 20여년에 걸쳐 서서히 간 세포를 손상시키면서 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한다. 한국인 간암의 절반 이상은 B·C형 간염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성적인 간 염증 반응으로 간이 딱딱하게 변하는 간섬유화가 누적되면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간 부위가 줄고 그 여파로 간 기능이 떨어진다. 만성적인 간 염증은 간암의 씨앗인 셈이다. 실질적으로 간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간염의 조기 발견·치료가 중요하다. 이중 B형 간염은 출산 과정에서 산모로부터 수직 감염되는 비율이 높은데 예방 백신으로 대처 가능하다. 반면 C형 간염은 손톱깎이, 면도기, 칫솔, 타투(문신), 피어싱 등 일상 속 침습적 습관으로 인해 혈액으로 나도 모르게 감염되기 쉽다. 예방 백신도 없는데다 만성 간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80%로 B형 간염보다 높은 편이다.
다행히 C형 간염은 강력하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C형 간염 환자의 90% 이상을 진단하고 80% 이상을 치료해 지구상에서 C형 간염을 박멸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C형 간염 항체 검사를 실시한다. 적극적인 발견·치료가 중요한 C형 간염에 대해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Check 1. 술만 안 마시면 간암에 걸리지 않는다
X대표적인 오해다. 물론 술이 간 손상을 유발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간암 환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술이 아닌 간염 바이러스 감염가 원인이다. 알코올로 인해 간암으로 진행하는 비율은 이보다 더 적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간염 바이러스 감염으로 간이 서서히 손상돼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비중이 급증하는 특징을 보인다.
문제는 바이러스 간염으로 인해 만성적 간 염증이 심해도 이를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개 피로감, 오심, 구토, 고열, 식욕 감퇴 등 비특이적 증상을 보이는 정도다. 복수, 황달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유정주 교수는 “간은 한번 손상되면 이전의 건강한 간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워 조기에 발견·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에서 C형 간염은 45세 이상의 환자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45세 이상이라면 C형 간염 항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Check2. 내년에 국가건강검진을 받으면 C형 간염을 확인할 수 있다
O 그렇다. 올해 7월 국민건강검진위원회에서 내년도부터 신규 검진 항목으로 C형 간염 항체 검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단, 모두가 C형 간염 항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C형 간염 항체 검사는 생애 1회 검진 항목으로 매해 56세 되는 해 받을 수 있다. 2025년 기준으로 검진 대상은 1969년 생이다. 지금까지 C형 간염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아 개인이 비용을 지불해 추가적으로 실시해야만 했다. 대한간학회·한국간재단 등은 예방·진단·치료를 토대로 한 능동적 간염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C형 간염 국가검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배경이다. 질병관리청도 바이러스 간염(B·C형)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바이러스 간염 사망률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밝혔다.
Check 3. C형 간염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X아니다.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진단은 2단계로 이뤄진다. 첫 단계가 바로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는 C형 간염 항체 선별검사다. 이 검사에서 양성이면 바이러스가 체내에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C형 간염 RNA 검사를 받아야 한다. C형 간염 RNA 검사에서도 양성이면 C형 간염으로 확진된다. 즉, C형 간염 항체 검사와 RNA 검사가 모두 양성이면 C형 간염에 감염된 것이다. 유 교수는 “C형 간염 항체 검사가 양성일 경우 RNA 검사를 통해 감염 확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하면 몸에서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 반응을 일으켜 항체를 형성한다. C형 간염은 약 20%는 감염되더라도 자연적으로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이 항체가 남아 항체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 특히 C형 간염은 6개의 주된 유전자형으로 나뉘는데 RNA 검사에서 유전자형을 확인해 치료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최근엔 모든 유전자형을 치료할 수 있는 마비렛 같은 범유전자형 치료제가 개발돼 C형 간염의 치료법이 간단해지고 치료 기간도 짧아졌다.
Check 4. 어렸을 때 예방 백신을 접종했다면 간염으로부터 안전하다
X 간염 바이러스는 원인 바이러스의 혈청형에 따라 A·B·C·D·E형 간염으로 구분하는데, 국내에는 A·B·C형 간염 발생이 흔하다. 이중 예방 백신이 있는 것은 A·B형 간염뿐이다. 만성화율이 높아 간암 위험이 높은 C형 간염은 바이러스 변이가 활발해 아직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C형 간염은 바이러스가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혈액매개 감염병으로 수혈, 오염된 주사기 사용, 면도기·칫솔 공유 등 침습적 행동으로 감염된다. 유 교수는 “타인의 체액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면도기·칫솔·손톱깎이 등 혈액이 묻을 수 있는 도구를 공유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신·피어싱을 시술할 때 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바늘 재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Check 5.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하다
O 그렇다. 예방 백신은 없지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항바이러스 치료 8~12주만에 98~100% 치율을 보인다. 이를 통해 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차단한다. 유 교수는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약으로 치료하면 간암 발생 위험을 90% 이상 줄일 수 있어 적극적인 진단·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C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기전인 DAA(Direct-Acting Antiviral agents) 치료제로 예전보다 치료 기간이 줄고 완치율을 높였다. 다만 완치를 위해서는 간 섬유화가 누적돼 나타나는 간경변증이 나타나기 전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가 늦으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없애더라도 간 손상이 남아 간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또 C형 간염은 완치 후에 또 재감염될 수 있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