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있는 사람은 한해가 지나면 싫든 좋든 누구나 한 살을 먹게 되어, 태어나서 30년이 지나면 30세, 60년이 지나면 60세가 된다. ‘나이가 들어감 또는 노화’라는 뜻은 시간에 따라 서서히 신체의 구조가 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화란 무엇인지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문가들도 서로 다르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통상 많이 사용되는 노화는 성숙한 다음부터를 지칭하며 시간이 갈수록 비가역적으로 나빠져 사망 확률이 높아지는 과정을 말한다.
노화를 생물학적 기전으로 설명하면 우선 세포 수준에서 분화와 증식이 줄어들어 특정 분자들의 구조가 바뀌고, 일련의 반응 경로가 변화한다. 장기 및 기관 시스템의 항상성이 저하되며, 이로 인해 외부 스트레스, 질병, 사망에 대한 감수성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남녀를 막론하고 유전, 환경, 생활 양식, 영양 섭취 등이 노화에 영향을 미쳐 생활습관 및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을 위축시킨다. 노화는 조직 기관별로 뇌와 폐는 20세부터, 근육 30세, 뼈와 유방 35세, 눈과 치아 40세, 신장과 머리털 50세, 청각과 대·소장은 55세, 방광과 음성 65세, 간장 70세에 시작하지만, 개인에 따라 시작 시기, 속도 및 범위가 매우 다양하게 발생한다.
이런 변화로 나이가 들면 백발이 늘어나고 머리칼이 빠지고 피부의 탄력이 감소하여 얼굴에 주름이 늘어나고 근육량이 감소하고 뼈의 밀도가 감소하면서 허리는 굽고 신진대사가 느려져 체중 증가가 나타나고 시력, 청력, 후각 등의 감각이 저하되는 외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이뿐만 아니라 기억력과 집중력의 저하로 인지능력 상실과 우울증, 불면증과 같은 정신적 불안정과 고정 관념에 갇히기 쉽다. 오래 살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넘어지지 않고 자기 발로 걸으며 근력을 유지하고 화장실 실수를 하지 않는 생활이 필수다. 고령자들이 겪는 낙상, 근 감소증, 보행장애, 허약, 요실금을 5대 노년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웃음’에서 인생의 구간별 자랑거리를 꼽았다. 2세 때는 똥오줌을 가리는 게 자랑거리, 3세 때는 치아가 나는 게 자랑거리, 12세 때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자랑거리, 18세 때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20세 때는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35세 때는 돈이 많은 게 자랑거리다. 그런데 인생이 반환점을 돌면 자랑거리가 뒤집힌다. 60세 때는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70세 때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75세 때는 친구들이 남아 있다는 게 자랑거리, 80세 때는 치아가 남아 있다는 게 자랑거리, 85세 때는 똥오줌을 가릴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다. 노인을 나이든 어린아이라고 하는데 아이가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생기는 자랑거리와 노인이 노화하면서 연령별 자랑거리를 비교해 보니 너나없이 대소변 가리는 것부터 시작하여 생애 마지막에는 다시 대소변 가리는 것이 자랑거리가 된다니 수긍은 가지만 웃픈 이야기다.
노화는 유전학설에 기초한 생명체의 탄생-성장-성숙-노쇠-사망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인식해 왔으며 노쇠는 노화와 관련한 생리적인 쇠퇴를 의미한다. 같은 70세라고 해도 신체 기능이나 사망률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으나, 노쇠가 있으면 질병에 취약하고 치료 시 합병증 위험이 커져 등급이 같으면 사망률도 비슷해진다. 안타깝게도 65세 이상의 약 10%가 노쇠 상태이고, 약 40%가 예비군인 전노쇠 상태로 많은 사람이 노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나이 듦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년이지만 저마다 얼굴과 성격이 다르듯이 그 과정과 속도 또한 천차만별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모습으로 늙어가지 않기 때문에 같은 80세라 해도 흡사 30대나 40대처럼 팔다리가 튼튼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겁게 활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체력이 약해 거의 거동을 못 하거나 누워지내는 사람이 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데 이토록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강격차 차이는 유전자가 달라서 인간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덴마크 연구자들은 유전자 정보가 장수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란성쌍둥이와 이란성쌍둥이의 수명이 어느 정도 유사한지 조사했다. 만약 유전자 정보로 수명이 결정된다면 평균 50%의 유전 정보만 공유한 이란성쌍둥이보다 유전 정보가 거의 100% 일치하는 일란성쌍둥이 간의 수명이 더 유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의 25% 정도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정보에 의해 좌우되며 나머지 75%는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25%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75%는 자기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사느냐는 노년이 될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세계적인 노화 전문학자인 유병팔 박사의 ‘125세 건강 장수법’에서 “건강 장수를 위한 노화 방지는 질병을 고치듯 치료로 해결할 수는 없다. 노화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 장수를 가능하게 하는 비약(秘藥)은 아직 없기 때문에 항간에서 노화 방지 또는 항노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팔리는 제품들은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노화를 늦추는 비약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건 이미 우리 몸 안에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생각이다.”라고 했다. 특히 노화를 촉진 시키는 원인으로 산화 스트레스 발생, 과식,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인한 운동 부족, 관리 미숙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등을 언급했다.
2022년 미국심장협회는 생체 나이를 줄이고 건강하게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생활습관 8가지인 건강 행동 4가지와 건강 지표 4가지를 발표했다. 건강 행동은 건강한 수면, 금연, 규칙적인 신체 활동, 건강한 식단이며 건강 지표는 건강한 체중 유지, 혈당 유지, 혈압 유지, 콜레스테롤 수치 유지이며 이러한 생활습관을 지키면 노화 속도를 최대 6년까지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사람은 현재의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고, 나이 든 사람은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젊어지는 샘물’이라는 전래동화에서는 욕심쟁이 노인이 젊어지는 샘물을 과하게 마시고 아예 어린 아기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처럼 젊어지는 샘물을 마시고 시간을 거꾸로 돌려 장수하고 젊어지길 원하지만 아직은 실현되기 어려운 소망이지만 저속 노화는 가능하다. 노화를 부정적으로만 보기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로, 세월이 흘러 만나는 노년이 아니라 대비하는 노년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60대 이후 노후를 준비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부터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삶의 방식과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건강한 노후를 위한 운동법과 식사법, 지병을 예방하고 다스리는 방법, 마지막까지 나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인 오늘부터 준비하는 노력은 건강하고 즐거운 노후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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