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바뀌어도 일하다 죽는 건 여전”···두 김씨가 같은 발전소서 죽었다

2025-06-06

지난 2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김충현씨(50)가 목숨을 잃었다. 6년 전 김용균씨(당시 24세)가 스러진 그곳에서 또 한명의 노동자가 희생됐다. 두 노동자는 이름, 세대, 성격은 달랐고 성(姓), 일터 그리고 빈소가 같았다.

6년만에 똑닮은 사고가 일어나자 사람들은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 모여 “더 죽이지 마라”고 외쳤다. 추모의 목소리는 현충일 연휴에 들뜬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아 세웠다. 엄마·아빠와 놀러 가던 이유정양(10)은 “열심히 일했는데 돌아가신 것이 마음 아팠다”고 했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6일 서울역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동료 노동자와 노조 및 시민 400여명이 마음을 모았다.

김충현씨의 동료인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발전 비정규직 지회장은 “쓰러져있던 김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그런데 사측은 과거 김용균씨 현장처럼 동료들이 사고조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조사가 한창일 때 사측은 사과는커녕 (김충현씨가 하던 일이) 작업 명령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안이라며 거짓말하고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했다.

2018년에도 이곳에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던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씨는 이번 사고 현장의 핏자국을 보며 아들의 피를 떠올리다 목이 메였다. 그는 “자식을 잃고 미친듯이 전국을 뛰어다니며 부당한 죽음을 알리려 했다”며 “천신만고 끝에 당정청과 서부발전사가 김용균특조위의 조사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해 안심이 됐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6년이 지난 지금 김충현씨의 죽음으로 그때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김용균의 죽음 이후 어머님이 중심이 된 투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고 2인1조 작업과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약속들이 있었다”며 “(김충현씨의 죽음은)이러한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아서 벌어진 사회적인 타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문재인 민주당 정권에서 했던 약속을 늦었지만 지켜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한명 한명 무대 위 김충현씨의 영정 사진 앞에 국화꽃을 놓았다. 그리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지만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세상이 반복되면 바뀌는 것은 대통령 이름과 얼굴뿐”이라고 말했다. “더는 죽이지 마라” “이 대통령이 해결하라” “이윤보다 생명을”을 외치며 누군가는 무표정으로, 누군가는 화를 내며, 누군가는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