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잘 잤나 봐요.”
기다란 전신거울 앞 발판에 올라섰더니 음성과 함께 거울 위로 신체 모니터링 결과가 떴다. 내장지방 지수와 산소포화도, 호흡음 등은 정상이었다. 혈압은 괜찮지만 며칠째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다고 했다. 거울은 종합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는 “원격으로 의사와 상담해보라”고 권했다.
뜨끔했지만 다행히도 회사 측이 미리 설정해놓은 결과였다.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위딩스는 개발 단계에 있는 스마트 거울 ‘옴니아’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선보였다. 당장 시장에 나오는 제품은 아니지만 ‘헬스테크’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일본 화장품 기업 고세가 운영하는 ‘혼합현실(MR) 메이크업 0분 체험 스튜디오’에선 1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십여가지 스타일로 화장해 봤다. 어두운 부스에 앉아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니 순식간에 색조 화장을 하지 않은 눈과 볼, 입술이 붉게 물들었다. 안면 인식 기술과 고속 프로젝터를 이용한 기술이다. 고개를 돌리거나 표정을 바꿔도 메이크업이 그대로 따라온다.
핑크, 오렌지, 레드 톤의 자연스러운 화장은 물론 인디언이나 가부키 같은 복잡한 분장도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누구나 자신의 얼굴에 테스트한 후 어울리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5의 막이 올랐다. 생활 밀착형 기술부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기술까지 전 세계의 혁신 기술이 한데 모였다.
미국 기업 온메드는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온메드 케어 스테이션’을 전시했다. 네모난 부스처럼 생긴 공간에는 모니터와 주요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들어가 있다. 이를 통해 신체 진단을 하고 의사와 실시간으로 원격 상담을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 노숙자 쉼터, 보안관 사무실, 대학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집안에서 가족 구성원을 케어해주는 로봇도 다수 출품됐다. 국내 기업 신성델타테크는 고령층을 위한 반려 로봇 ‘래미’로 전시에 참여했다. 래미는 집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살핀다. 낙상 사고 등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비상 전화를 걸어준다. 현장에선 로봇이 집안 위치를 파악해 이동하고 날씨나 일정을 띄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향후 AI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술도 적용할 계획이다. 래미 개발에 참여한 이희승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독거노인에게 널리 보급하기 위해 가격대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리트리버와 닮은 미국 기업 톰봇의 로봇 강아지 ‘제니’는 어린이나 치매 환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몸에 터치 센서를 장착해 사람이 만지면 꼬리를 흔들거나 짖는다. 일본 기업 믹시가 내놓은 물방울 모양 로봇 ‘로미’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주력 기능이다.
현장에선 중국 가전업체 TCL이 선보인 AI 로봇 ‘에이미(AiMe)’가 참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동그란 눈을 가진 귀여운 콘셉트의 에이미는 사용자와 대화하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가정용 AI 로봇 시장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AI 집사 로봇 ‘볼리’를 올해 5~6월 중 한국과 미국에서 우선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도 이동형 AI홈 허브이자 로봇인 ‘Q9’을 연내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