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부스는 항상 입구 근처에서 초대형으로 시작한다. 특히 관객을 압도하는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매년 설치해 홀리듯이 구경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OLED의 구부러지는 특성을 활용해 초대형 벽을 세웠던 LG는 올해 피지컬 디자인 형태의 미디어 파사드를 세웠다. 평평한 화면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화면 블럭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장관이다.
첫번째 구역인 업무 존에는 퓨론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업무공간이 공개됐다. 왼쪽 하단에 보이는 AI 허브가 사용자를 촬영하며 스마트 업무 장소를 구현한다.
대형 언어 모델을 사용하는 AI 허브는 사용자의 얼굴을 파악해 기분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한다. 예를 들어 피곤해 보인다면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음악을 틀어주고, 조명을 조절하는 등의 역할을 해준다. 지난해 등장한 AI 로봇 Q9의 역할을 해주는 셈인데, 특정 장소에만 고정해 활용할 수 있다. AI 허브에게는 “화상회의를 시작하자”, “조도를 낮춰줘”, “너무 습한 것 같아” 같은 명령도 가능하다. AI 허브의 명령은 자체 LLM을 통해 온디바이스로 구현되며, 저장된 정보는 LG 실드로 보호된다.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AI 허브가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콘셉트 제품일지 거짓말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는 점이다.
같은 시나리오를 침실에도 적용할 수 있다. AI 허브는 사용자가 잘 자고 있는지 어떤지를 파악해 습도나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다. 옆의 스탠바이미에게 영상을 틀어주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 거짓말이 될지도 모른다.
AI 홈의 경우에는 특정 인물들을 선택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투명 OLED 위에 구현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AI에게 아침식사를 추천받고 옷을 추천받고 물 온도나 습도 등을 모니터링당하며 조절하고, 집에 돌아오면 영화를 추천받는 하루 종일 추천받는 주체성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화면을 자세히 보면 음식, 오븐, 가습기 등의 지표가 자동으로 파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굉장히 귀엽고 다행인 시연이었다. LG는 그간 매년 어설픈 연극으로 행사장 가기를 두렵게 만든 바 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LG 제품 외에도 호한이 가능한 다양한 스마트홈 제품들을 전시했다.
DOOH 애드는 LG의 새로운 광고 사업이다. 카메라로 비전 AI를 활용하고, 특정 장소(쇼핑몰, 호텔, 공항, 전시회 등)에서 사람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붐비는 지역 등을 파악한다. 사람을 뼈대로 파악해 개인화가 가능한 프로그래머틱 광고에 대한 정보를 광고주와 매체 사이에 전달한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메타 광고를 현실 세계에 옮겨온 셈이 된다. 잘만 발전하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초개인화 광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아직도 이런 예를 들다니 우리는 모두 너무 늙었다.
전장 사업에도 한창인 LG가 내놓은 비전 AI 모빌리티 콘셉트.
차량은 IR 카메라와 RGB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현재 상태(피로, 기분, 졸음 등)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콘텐츠를 대시보드에 제공한다. 또한, 사용자의 시선을 추적하는데 놀랍도록 잘 작동한다. 시선 추적을 활용해 어디서 어떻게 끼어들지, 차선을 언제 변경하는지 등의 제안을 직접 주는 것이 가능하다. 가장 현실에 가까운 형태의 콘셉트다.
윌아이엠(will.i.am)과의 협업으로 만든 x붐 오디오 라인업. 대형 스피커부터 이어폰까지 있다. 중대형 제품에는 AI 버튼이 달려있는데, 누르면 FYI.AI 앱이 실행된다. 생성형 AI 라디오 앱이다. 이 서비스는 콘셉트가 아닌 실제로 FYI.AI로 검색하면 사용할 수 있다. 사용법은 “라스베가스에 어울리는 음악 틀어줘”하면 라스베가스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대답해 준 뒤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한국어 지원도 가능해?”라고 물었더니 “눼, 물논입뉘돠. 언줴든쥐 한국어로 편하게 질무운하쉐요” 같은 외국인이 갓 배운 한국말로 대답한다. 이 정도까지 현지화를 바란 건 아니었다. 하여튼 한국어 사용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도널드 트럼프와 어울리는 영화가 있어?’ 같은 질문에도 절대 당황하지 않고 추천하고, 그와 어울리는 노래를 틀어주는 이미 완성도가 뛰어난 서비스다.
중앙에는 올레드 T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실제로 털뭉치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놀라운 화질이다. via GIPHY
원래라면 LG 행사의 주인공이 되었을 시그니쳐 세탁건조기가 어두운 구석에 방치돼 있다.
양문을 모두 투명 OLED를 사용한 시그니쳐 냉장고. 양쪽 화면 모두 미디어월, 유튜브, 콘텐츠 소비 등이 가능하며 월페이퍼도 사용할 수 있다. 비전 AI도 탑재돼 있어 집어넣은 물건을 인식하고 레시피 추천도 가능하다. 다른 제품 대부분이 콘셉트인 데 반해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는 제품이다.
주방용품 중 가장 재미있는 콘셉트 제품. 내부, 전면, 하단에 모두 카메라가 달려있다. 내부 카메라는 조리 경과 확인용이고, 전면 카메라는 화상회의와 셀피 용이다. 하단 카메라가 특히 재미있는데,
조리 중인 쿡탑과 쿡탑 아래의 오븐까지 모니터링 가능하다.
물론 LG 채널도 시청할 수 있다.
탁자와 스피커, 가습기와 온도조절기를 모두 결합한 LG 랩의 제품.
스탠드형 스피커에 빔프로젝터를 결합한 제품. 역시 LG 랩의 콘셉트 제품이다.
‘틔운’에 스탠드 조명을 결합한듯한 제품. LG 랩의 콘셉트 제품이다.
LG 전시는 초반부 LG AI가 대부분 콘셉트였던 것을 제외하면 이전 전시들보다 훨씬 나아졌음을 알 수 있다. 어색해서 죽고 싶은 연극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몰입형 경험과 애니메이션 등을 적절하게 섞어 사용자가 피로하지 않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또한, DOOH ADS, 전장 사업, 비전 AI, AI 라디오 등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 많았는데도 쉽고 정확하게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전시 곳곳에서는 오디오 가이드를 QR로 제시하고 있었는데, 바쁜 부스 앞에서는 직원에게 설명을 듣기 어려울 때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지금처럼만 잘하는 기업이 되면 좋겠고 연극에 다시는 욕심을 내지 않도록 하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