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부스는 기존과 다르게 상당히 구석에 차려졌다. 이유는 부스의 사이즈 때문이 아닐까. 삼성부스는 ‘삼성 시티’로 부를 정도로 거대하다. 초거대 농기구를 전시하는 존 디어나 캐터필러의 전시장보다 더 크다. 단일 기업으로는 CES 내에서 가장 크지 않을까라고 예상해 본다.
화려한 제품이나 벽을 내세운 과거와 달리 전면에는 여러 스크린을 나눠서 전시했다. 그런데 이 스크린들이 연동돼 움직인다. ‘연결된 지능’이라는 키워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삼성 부스에서는 한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스마트싱스로 시작해서 스마트싱스로 끝난다. 모든 게 스마트싱스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초입에는 삼성 녹스 매트릭스의 대시보드를 전시하고 있다. 각 가전이 해킹에 노출됐는지 아닌지를 블록체인 형식으로 검증하는 서비스다.
그 옆에는 사용자권한에 대한 전시가 있었다. 사용자들은 원하면 제품의 앱 조작 권한을 QR을 통해 게스트에게 넘겨줄 수 있으며, 제품을 어느 단계까지 활용하게 할 수 있을지 사용자마다 권한을 다르게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약자나 어린이에게는 전자레인지 권한은 주되 같은 제품의 오븐 기능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식이다.
퀵 리모트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 제어 센터에서 각종 가전을 조작할 수 있다.
손으로 그리거나 선택해 집 전체의 그림을 그리는 맵 뷰 기능을 최초로 공개했다. 인테리어 업체나 할법한 기능을 왜 선보이나 했더니 저 집에다가 스마트싱스 센서들을 부착한 모습을 보여주는 목적이 있었다. 추후 구매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참으로 현명한 기능으로 보인다. AI는 드로잉을 3D로 바꿔주는 데도 사용되는데,
완성된 3D 도면에 다른 집 인테리어 이미지를 입히는 데도 사용됐다. 생성형 AI로 무드와 인테리어를 자동 생성한다. via GIPHY
맵 뷰 기능은 애슐리의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배부른 이름이다.
맵 뷰 외에도 스마트싱스 앰비언트 센싱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각종 센서를 통해 사용자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넘어져서 다쳤다면 대신 신고를 해주고, 잘 자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등이다. mm단위 센싱이 가능하다고 하나 미래 콘셉트 제품이라 실제로 구현될지는 미지수다. 삼성은 몇년 동안 비슷한 기술을 이야기해 왔으나 실제로 구현된 적은 별로 없다.
카메라로 현재 넣은 식재료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보여주는 비스포크 냉장고. 이 기술은 현재도 가능한데 굳이 미래 전시존에 넣었다. 그 이유는 삼성 헬스와 삼성 푸드의 연동 때문이다. 워치 등에서 얻은 생체 정보를 가진 삼성 헬스와, 식재료 재고를 알고 있는 삼성 푸드가 연동돼 ‘감량’, ‘저혈당’ 같은 키워드로 레시피 추천을 해준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이것도 아직 실현되진 않았다. 아마 내년에도 같은 이야기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스마트태그2를 통해 동물을 케어하는 팻 케어 기능이 스마트싱스에 업데이트되었다. 그러나 스마트태그는 위치추적만 할 수 있는 반면에 시연에서는 심박수, 수면량 같은 구체적인 건강 지표가 제시되고 있었는데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무대 중앙에는 스마트싱스와 연동되는 다양한 제품을 전시해 놓았다. 필립스, 아카라 등의 대형 업체부터 소규모 업체 제품까지 모두 전시하고 있다.
무대 중앙에는 몰입형 전시 중이었다. 아르떼 뮤지엄처럼 그림과 배경이 연동돼 움직이는 형태였는데, 전체를 빔 프로젝션으로 투사하는 미술관들과 달리 작품은 삼성TV에서 재생되는 형식이었다. 오래돼서 탁해진 작품과 달리 TV로 보는 작품의 색은 매우 선명해 작품을 완성한 직후엔 저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는 굉장한 전시였다. 이 아트 월페이퍼는 삼성 TV에서 구독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모마, 오셰르 미술관 등 3000여점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삼성 계열사 하만의 카 디스플레이 전시도 있었다. 모든 디스플레이를 OLED로 만든 것이 특징이며, 삼성 TV 등의 콘텐츠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의 야심작 스마트싱스 프로다. 기업용으로 스마트싱스를 확장한 것이다. 맵뷰, 에너지 모니터링, 공조장치 모니터링 등 기본적인 원리는 스마트싱스와 동일한데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이 다르다. 또한, 센서를 하나씩 늘려가는 가정과 달리 한꺼번에 구축할 수 있어 스마트싱스 프로가 더 빠르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키노트에서 가장 놀라운 발표 중 하나였으나 짧게 설명하고 넘어간 FIT이다. 삼성전자와 삼우설계가 함께해 만드는 외벽설계 플랫폼이다. 외벽에는 프레임, 내부에는 커튼이나 공조장치 등의 카트리지를 넣어 모듈화해 만드는 제품이다. 전동식 자동화 커튼은 물론, 외기 유입, 내부 공기 아래층으로 보내기 등 무궁무진한 공조 및 조명 솔루션이다. 삼우설계의 설명은 아래 영상에서 볼 수 있다.
스마트싱스 프로는 당연히 숙박업소에도 쓸 수 있다. 기본적인 구조는 스마트싱스와 같은데, 사용자가 권한을 얻어 문을 열고, 조명이나 에어컨, TV 등을 자신의 앱에서 쓸 수 있다.
스마트싱스는 가정의 에너지 관리에도 쓸 수 있다. 정전이 됐을 때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끌어와 쓸 수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가 가장 넉넉하거나 저렴할 때 충전하도록 한다. 스마트그리드 개념을 가정에 도입한 것이다.
스마트싱스 프로는 이제 건물을 넘어 바다로까지 나간다. 삼성중공업과의 협업으로 만들고 있는 보트의 콘셉트 제품이다. 내부는 역시 스마트싱스와 동일하게 작동하며, 외부 흔들림, 항해 위치, 위협 등을 각종 센서를 통해 확보한다.
결론은 스마트싱스 그 자체다. 삼성전자는 AI와 홈 IoT 제품들의 센서가 충분히 발전하자 이 두가지를 결합해 스마트싱스로 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이 콘셉트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이 스마트싱스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편인데, 거창한 미래상과 더불어 현재 스마트싱스를 쓰면 어떤 점이 좋은지 등도 알려주면 어땠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