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후보의 선거 공약이 현실화하면 2055년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00% 수준까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민간 정책 연구기관인 정책평가연구원(PERI)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 공약을 실행할 경우 2055년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D1 기준)이 202.5%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 이행 시엔 195.3%였다. 누가 당선되든 30년 뒤엔 GDP의 2배 수준까지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2023년 말 기준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46.9%다. 그대로 둬도 이 비율은 추세적 증가가 불가피하다. 저출생∙고령화의 영향으로 각종 의무지출이 많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대체로 2055년 150% 수준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는데, 재원 대책 없이 각종 공약이 실행될 경우 나랏빚이 위험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지적이다.
이는 연구원의 ‘나라살림게임’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다. 나라살림게임은 세금과 지출을 어떻게 줄이고 늘리느냐에 따라 미래 국가 재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Fiscal Ship’ 게임을 국내 현실에 맞게 바꾼 것으로 세금·연금·교육 예산 등 15가지 정책 수단을 선택하면 30년 후인 2055년 국가부채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이재명, 김문수 후보가 발표한 10대 공약 중 재정 소요가 큰 공약을 기초로 했다. 이 후보 공약 중에선 ▶아동수당 지급 대상 18세까지 점진적 상향 ▶농업기본소득 도입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 등을 반영했다. 김 후보의 공약 중에선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50%→30%)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4%→21%) ▶소득세 기본공제 인상(150만원→300만원) 등을 반영했다. 공약마다 상당한 재정지출이 따르는데 이를 시행하다 보면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완책 없이 정책을 추진할 경우 미래 세대가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PERI-Young 지수(PYI)는 미래 세대(2022년 이후 태어난 사람)와 현재 세대(2022년 기준 생존자)의 세금 부담 차이를 의미한다. 2022년 기준으로 31.8%다. 현재 세대보다 미래 세대의 조세부담률이 평균 31.8% 높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후보의 공약을 이행할 경우 2055년 PYI는 36.7%로, 김 후보의 공약을 이행할 땐 34.7%로 각각 상승했다.
연구원 측은 두 후보가 공약 재원 추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두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약 질의에 ‘정부의 재정 지출 구조조정’, ‘민간 투자 유치 및 글로벌 기업 유치’와 같은 추상적인 언급만 내놨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은 “최근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에서 보듯 한국도 언제든 재정 건전성 악화로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험이 있다”며 “공약을 제시할 땐 재원 소요를 정확히 추계하고, 조달 방안 역시 제시하는 관행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