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공격받는 재계…이마트·롯데쇼핑도 타깃 됐다

2025-02-13

올해 주총시즌 최대 화두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재계에 집중투표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주목받은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보장하는 제도인데, 소액주주도 원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이 악용할 수 있다며 부담스러워 한다.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과 맞물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지자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지난 11일 롯데쇼핑, 12일 이마트에 잇달아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정관상 집중투표 배제 조항 삭제,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주총 보수 심의제 도입,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액트는 주가가 부진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소액주주 제안 중 실제 주총에 상정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라고 본다. 집중투표제는 1998년 생긴 제도지만 대부분 대기업이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었는데,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지난달 23일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안이 통과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인 주주 유미개발(지분 1.5%)이 집중투표 도입을 제안했고, 국민연금과 일부 의결권자문사가 찬성하며 통과됐다. 윤태준 액트 소장은 “의결권자문사 권고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한다면 가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3% 룰’이 적용돼 대주주도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할 수 있어 다른 안건보다 소액주주에게 유리하다.

액트와 함께 이마트에 주주제안을 제출한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자료를 내고 “집중투표제는 지배주주가 아닌 경우에도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라며 “집중투표제가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주 권익 보장과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기업집단 상장사 344곳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회사는 13곳(3.8%)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사 중에선 SK텔레콤·SK스퀘어, 포스코홀딩스, 한화생명·한화오션, 광주신세계 등이 도입했다. 다만 지난해 실제 주총 이사 선임 안건에서 집중투표제를 실시한 사례는 KT&G 1건뿐이었다.

유명무실하던 집중투표제에 관심이 쏠리자 재계는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다. 2003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을 사들여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한 것처럼 ‘제2 소버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주주제안 타깃이 된 유통업체들은 내수 침체, C커머스 침투 등으로 위기인데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면 정상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일본은 1950년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기업 경영 저해, 경영권 위협 논란 등으로 1974년 의무화를 폐지했다”며 “이사 선임 과정에서 특정주주간 파벌 싸움이 벌어지거나 이사회 운영이 파행을 빚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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