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사람이 죽었다.
주방과 홀 말고도 별채처럼 살림집이 달린 중국집이었다.
그 방에서 먹고자고 하던 주방장이 돌연 숨졌다.
주인의 의뢰였다.
그는 거의 30년 중국집을 했다고 한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이 폭염에 지지고 볶고 튀기는 음식 장사는 잘 안 됐다.
센 불에 쉴새 없이 웍을 돌리는 주방일도 너무 고됐다.
그래서 큰맘 먹고 난생 처음 다녀온 제주도 가족여행.
가게 문은 아예 1주일 닫았다.
그리고 돌아오니 주방장이 죽어 있었다.
식당은 서울 근교지만 읍내였다.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아 전화를 받곤 바로 뛰어갔다.
100년 만이라는 둥 호들갑을 떠는 염천에 벌어진 일이라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본격 작업 전에 약이라도 미리 쳐두자는 생각이었다.
식당은 시골 삼거리 한쪽에 외따로이 위치해 있었다.
길 건너에는 여러 상가들이 있었지만 이 가게 쪽으론 휑뎅그렁했다.
그래서 크지 않은 가게치고는 주차장도 제법 널찍했다.
공터엔 여기저기서 모아둔 이런저런 모양의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손님들이 식사 뒤에 달달한 커피 한잔을 하며 담배를 태우는 공간이었다.
사건이 벌어진 가게이다 보니 문은 닫았겠지.
저녁 시간이 가까운데 차도, 손님도 아무도 없었다.
홀로 앉아 담배를 태우는 이가 의뢰인일 수밖에 없었다.
눈이 마주친 남자는 나보다 꽤 손아래로 보였다.
그런데 중국집 30년?
“전화 받고 온 청소업체입니다만….”
의뢰인이 맞나 싶어 약간은 말을 흐렸다.
“오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뭔가 사연이 짐작되는 분위기.
궁금하긴 하지만 ‘이 양반 시간 좀 잡아먹겠구나’ 싶은 조바심.
난 무의식 중에 시계를 쳐다보며 일단 자리를 피했다.
“먼저 제가 잠깐 들어가서 현장 좀 보고 나올게요.”
시골에 흔한 식당 모양새였다.
가게 뒤로 돌아 들어가니 별채는 아니지만 작은 욕실과 거실, 그리고 방이 있는 구조의 집이 붙어 있었다.
에어컨을 꺼둔 상태인데도 실내가 그렇게 덥진 않았다.
단열이 잘 돼 있다는 거다.
생김새는 구식이었지만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
그래서인가. 그래도 발견이 빨라서인가.
시신의 부패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
혼자 살았다는 주방장의 방도 깔끔한 편이었다.
자기가 일하는 가게에 달린 방이라서 신경을 썼던 건가.
“소독은 먼저 해뒀어요. 상황이 심각하진 않은 편이네요.
짐도 많지 않아서 내일 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료수 좀 드세요. 더우실 텐데.”
의뢰인은 탄산음료를 건네며 습관처럼 담배를 권했고, 내 거절에도 개의치 않고 혼자 불을 붙였다.
“10년 넘게 동업자였죠. 15년 알고지낸 형동생이었고요.”
이제 긴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았다.
그래도 걱정한 만큼 작업이 크진 않아 마음이 좀 놓였던 걸까.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다.

둘은 젊은 시절 동네 중국집에서 일하다 만났다.
가게는 서로 달랐지만 둘 다 주방장 횡포에 시달리던 신세였던지라 쉽게 연대감을 느꼈다.
세 살 터울이었던 그들은 금세 형동생 사이가 됐다.
말수가 적었던 동생은 추진력 있던 형의 말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