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종합 플랫폼 그랩은 인공지능(AI)이 주문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배달 기사에게 알려준다. 해당 지역에 미리 간 기사는 주문 수가 급증해도 배달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배달 기사의 수익은 그랩의 AI 도입 이후 21% 늘었다.
#그랩 배달 플랫폼 가맹점주는 스마트폰으로 메뉴판을 스캔하면 자동으로 온라인 메뉴판으로 만들 수 있다. 영세 업체나 IT에 익숙하지 않은 업체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능이다. 해당 기능은 출시 3주 만에 7만개가 생성될 만큼 그랩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그랩의 사례는 해당 국가의 AI 기술의 간접 규제로 기업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은 결과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한국이었다면 플랫폼 규제와 혁신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인해 두 서비스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차세대 유니콘 K-플랫폼의 가치를 조망한다’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국내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의 플랫폼 육성 관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자들은 특히 AI가 국가 기술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플랫폼 기업이 AI 기술을 개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AI와 플랫폼 산업을 진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하는 성장엔진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은 이미 방대한 데이터,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어서 응용모델을 학습시키고 발전시킬 능력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AI 서비스를 통해 캐시카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과 관련해 플랫폼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만 국내는 사전 규제로 인해 산업 육성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경나경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는 “한국은 AI를 사용한 혁신 서비스에 대한 거부, 반발이 매우 심한 비즈니스 환경”이라며 “정부, 공정위가 개입해 규제화할 가능성이 존재해 (기업이) 혁신적인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도 “과도한 규제정책 개입이 국가 콘텐츠 산업 경쟁력과 기업 간 글로벌 경쟁에 미칠 영향을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곽 교수는 당국의 정책적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랩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불필요한 정책적 개입이 야기할 산업적 영향력과 글로벌 파급력을 국익의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개별 규제정책이 초래할 영향에 대한 사전적 분석을 더욱 강화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AI, 플랫폼 산업에 대해 규제를 최소화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토론자들의 공통 의견이다.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장기적인 국가적 전략이 요구되는 AI 산업에서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두 산업이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층적 비전,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고 발전 중인 시장이라는 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산업 진흥과 혁신 가능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플랫폼 경제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규제보다 상품이나 서비스 분야별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용자 보호의 영역에서는 자율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쟁점별 차별화된 자율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플랫폼 상호 간의 영역에서는 종래의 규범을 통한 해결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