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늘도 희망을 품고 내일을 향해 달려간다 -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 정재훈

2024-12-21

몇 년 전부터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를 해오다가 지금은 반려동물 장례를 중개하고 있는 정재훈 씨를 만났다. 그는 반려동물들이 무지개다리를 안락하게 건널 수 있도록 장례식장을 홍보하면서 반려인들을 도와준다. 지천명인 50을 앞둔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컴퓨터를 배웠고,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세상만사에 호기심이 많은 그는 전공을 자양분 삼아 홍보 일에 영상과 같은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한다. 대학 졸업 후 20년이 넘는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해오면서 최근에서야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누적해 온 자기 계발과 대인관계 기술을 강의하고 이와 관련한 책을 쓰는 일이다. 그는 이 순간에도 자신의 꿈을 향해 신명 나게 달려가는 중이다.

Q. 지금 하는 반려동물 일에 대해 말해 달라.

블로그로 반려동물 사업 쪽 홍보를 한다. 구체적으로 반려동물 장례식장 홍보다.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장례를 치러줄 수 있게 중개하는 일이다.

Q. 그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연들이 있었을 것 같다.

몇 년 전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장례 지도사로 일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부산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구형 소형차를 타고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장례를 지냈다. 화장이 끝난 뒤 유골을 담아 줬는데,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아유, 이제 집에 가면 아무도 없네…. 홀로 사는 할아버지가 그 강아지와 10년 넘게 살았다고 한다.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반겨주는 게 강아지밖에 없었는데 이젠 불 꺼진 집에 반겨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마음이 참 안타까웠다.

Q.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강아지 말고 다른 종들도 있나.

많다. 강아지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고양이. 그리고 고슴도치, 토끼, 햄스터, 기니피그, 도마뱀, 거북이. 뱀도 있었고, 앵무새도 있었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의 모든 종류라고 보면 된다.

Q. 금붕어도 오나.

금붕어는 없었지만, 잉어는 있었다. 키운 지 10년 넘었다는 잉어였다. (두 팔을 벌려) 엄청나게 큰 잉어였다.

Q. 소도 있었나?

소는 전화 온 적이 있었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흔히 집안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은 아닌 것 같다. 소도 되냐 묻길래 소는 안 된다고 했다. 방송을 탔던 돼지 한 마리가 있었다.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던 돼지였는데 주인이 너무 잘 먹여서 진짜 돼지가 됐다. 진짜 큰 돼지만큼 커졌던 거다. 그 돼지를 아파트에서 키우면서 힘든 사연이 방송에 나간 적 있었다. 그 돼지가 죽을 무렵 몸무게가 200킬로그램이 넘었는데, 보통 장례 픽업 가는 승용차로는 안 돼서 1톤 트럭을 불러 운구하러 갔다. 화장은 종일, 밤새도록 했다.

Q. 장례 지도사가 하는 일은 정확히 어떤 일인가?

장례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진행을 도와준다. 반려동물 장례 과정이 사람 장례와 거의 같다. 상담하고, 사체가 들어오면 깨끗하게 닦고, 염하고. 필요에 따라 수의도 입히고, 입관하고, 추모하고, 화장한 다음 유골 수습해서 함에 넣은 뒤 가족에게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돕는 이들이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다.

Q. 수입은 어떤가?

업체마다, 지도사마다 다르다. 주로 업체와 수익을 배분하는 프리랜서 형태다 보니 개인 역량에 따라 수익이 천차만별이다. 서울이나 경기 쪽에는 영업력이 가장 중요하고, 지방 같은 경우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Q. 반려 인구가 천만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이 직종은 유망한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울산에서 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일단 취업할 곳이 별로 없다. 특히 울산은 장례식장에 비해 장례 지도사 수가 과포화 상태다. 현재 울산에 등록된 장례식장이 하나밖에 없지만 인근 양산이나 기장 쪽에는 식장이 제법 많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보니 자격증을 따는 사람은 많은데 취업할 데가 없는 거다. 현재 화장시설의 경우 사람 화장시설보다 반려동물 화장시설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Q.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많은 이유가 설립 규모가 작아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인가?

그렇지도 않다. 오래전에 지은 시설들은 조금 허름한 느낌이 드는데, 요즘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가보면 거의 호텔급이다. 일단 땅을 사야 하니 땅값이 제일 많이 들고, 좋은 설계로 좋은 자재를 써서 예쁘게 만들다 보니 건축비도 많이 든다. 요즘엔 평균 20억 정도 드는 걸로 알고 있다. 경기도만 올라가도 40억이 기본이다. 땅값이 비싸니까.

Q. 장례비용은 얼마나 드나?

장례비용은 일정하게 형성돼 있는 편이다. 통상 몸무게에 따라 비용이 결정되는데,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화장 시간이 오래 걸려 비용이 추가된다. 가장 많이 키우는 몰티즈, 요크셔테리어같이 5킬로그램 미만의 작은 견종은 기본 화장 비용이 25~30만 원 정도 된다. 추가로 할 수 있는 수의, 관 등의 여러 선택 사항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Q. 울산에서 태어났나?

토박이다.

Q. 장례 지도사를 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을 했나?

살면서 참 많은 일을 했다. 대학 졸업 직후 전공과 관련한 직장을 다녔다. 일찍 퇴사하고 학습지 회사에 들어가 강사를 하다가 관리직으로 5년간 일했다. 직장 생활이 싫어서 보험설계사를 3년 하다가 네트워크 마케팅, 일명 다단계 판매를 10년 정도 했다. 모두 사람을 만나면서 영업과 마케팅을 배우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도시 재활용 사업을 1년 정도 하다가 반려동물 장례 쪽으로 발을 들이게 됐다.

Q. 도시 재활용 사업은 어떤 것인가?

컴퓨터, 전자제품 등의 폐부품 가운데 금으로 도금했거나 금이 함유된 부품에서 금을 추출하는 일이다.

Q. 다른 일은 3, 5, 10년씩 했는데 이 일을 한 기간은 짧다.

부도났다. 타격이 굉장히 컸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Q. 영상 작업도 하고 있고, 그 일도 주요 수입원이라고.

지금은 일을 하면서 배우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일을 고르는 게 아니라 금액과 일의 내용을 고르기보다 들어오는 대로 한다. 돈을 받고 일하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Q. 지금까지 한 영상 작업 가운데 특별한 게 있었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공모전에 도전했다. 어린 아들과 함께 슬도, 울기등대, 출렁다리, 울산대공원, 십리대숲, 태화루, 선바위를 다니며 숏폼 영상을 촬영했다.

Q. 영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마케팅을 위해 5년 전쯤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주로 홍보활동을 하는 공간이 블로그인데, 글과 사진 중심이었던 블로그 마케팅이 영상으로 전환되는 게 보였다. 그즈음 우연히 동네 문화센터에서 무료 영상 제작 수업이 있어서 처음 배우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애플리케이션으로 편집해 블로그에 올리다가 관심이 커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더 배우게 된 거다.

Q. 앞으로 영상이 자기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 같나?

지금 반려동물 장례 관련한 일 외에 영상 제작자나 영상 미디어 강사를 겸하고 있는데,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음에도 어떻게 하다 보니 이쪽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다. 지금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지만 일단 영상을 만들 줄 알고, 볼 줄도 알고. 그래서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 쪽으로 영상을 접목해 나를 브랜딩하고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게 될 거다.

Q.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어떤 일인가?

강연가와 작가다. 마케팅, 브랜딩, 자기 계발의 전문 강연을 하면서 관련 책을 쓰고 싶다.

Q. 직업을 다양하게 경험했던 이유가 뭔가?

엄밀하게 말하면 지나쳐 왔던 일들에서 내가 원하는 성과를 못 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문제나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

Q.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마케팅과 연관된 강연과 집필이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독서. 그리고 대인관계, 고객 관리, 매출, 마케팅, 브랜딩 등 내 경험과 지식을 정리해서 정보화하고 있다. 벤치마킹 차원에서 다른 강사나 책을 보면 저건 내가 오래전부터 스스로 시도하고 실천해 왔던 것들인데 이런 걸 돈 받고 가르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험과 지식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다. 이걸 체계화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인 것 같다.

Q. 해온 일들의 공통점이 대인관계에서 뭔가를 파는 영업에 집중돼 있다. 영업이 본인의 적성에 맞나?

스스로 평가해 보면 영업은 나와 안 맞다. 남들이 평가할 땐 잘한다, 잘할 것 같다고 하지만, 내적으로는 무척 힘들었다. 사람을 만나는 자체가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만나야 한다는 게 스스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내가 뭔가를 줄 수 있는데 이런 행동이 결과적으로 돈을 받아오기 위한 목적이 돼버릴 때가 많다 보니 이 불편함 때문에 잠재력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영업을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Q. 강사 활동은 소속된 데가 있나? 수업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진행하나?

시청자미디어센터, 청소년 진로 체험 센터 같은 곳에 강사 등록을 해놓고 강의가 들어오면 학교나 기관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주로 영상 제작, 영상 관련 직업 멘토링이다. 한두 시간의 단발성인 강의가 가장 많고, 학기제로 들어가기도 한다. 학기제로 들어가면 프로젝트 제작 방식으로 진행한다. 혼자 진행하기도 하고, 보조강사를 쓰기도 하고, 내가 보조강사로 들어갈 때도 있다. 단발성 강의보다 장기 프로젝트 수업일 경우에 학생들이 영상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영상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Q. 부인 얘기를 해보자. 직업이 많이 바뀌면서 부인이 불안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나 만나서 고생 많이 했다. 하지만 내 남편은 잘할 수 있고 잘될 것이란 믿음을 끊임없이 준다. 항상 고맙고, 또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Q. 어떻게 만났나?

다단계 회사에 있을 때 아내는 투-잡을 알아보러 왔다. 처음엔 서로 첫인상이 너무 안 좋았다. 저 여자와 같이 살 남자는 진짜 인생 피곤하겠다. 저 남자는 평생 연애를 못 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예뻐 보였다. 큐피드 화살이 확 꽂혔다. 가슴이 뛰고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영혼을 갈아 넣은 편지로 고백했다. 설날쯤 내 차에 강제로 태워 집에 바래다주고 편지를 던지다시피 줬다. 그런데 다음 날 엄청 아팠다고 한다. 우리가 연이 닿았는지, 그날 아내 옆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119를 불러 병원에 갔단다. 너무 아프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나였단다. 어제 고백한 그 남자가. 그래서 여기 어디 병원 응급실인데 지금 와줄 수 있나요? 하고 문자를 보내왔다. 그때 난 눈이 엄청나게 오는 간월산 꼭대기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다. 문자 메시지 알림을 보고 하느님,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이 시점에 문자란 거절 아닙니까, 제발 좀 도와주십쇼, 하고 화투패 쪼듯이 문자를 봤는데 갑자기 힘이 나는 거다. 그리고 그날부터 우리는 1일이 되었다.

2년 사귀고 결혼했다. 2년 동안 장모가 반대했다. 장인어른이 목사고 장모가 기도원장이었다. 그런데 난 천주교 신자다. 처음 본 날 예배당에서 차를 한 잔 줬다. 마시기 전에 성호를 그었더니 표정이 안 좋아졌다. 얼마나 싫어했는지 우리가 사귀는 중에도 아내는 어느 교회 목사 아들, 또 누구, 하면서 끊임없이 선을 봤다. 하지만 2년 동안 지켜보니 나쁜 놈이 아니거든. 그래서 결국 승낙했다.

Q. 부인 얘기할 때 제일 신나 보인다. 부인은 무슨 일을 하나? 자식은 몇인가?

간호사다. 집에 반창고는 동나지 않는다. 아들은 하나이고, 10살이다.

Q. 2025년 계획은 어떤가?

일단 지금은 주 수입원인 반려동물 장례 쪽 일에서 매출을 올리고, 강의도 더 열심히 할 거다. 그리고 자기 계발에 관해 쓰고 싶었던 책이 있는데 얇더라도 꼭 출판할 예정이다. 누가 보든 안 보든. 그리고 가족여행 같은 걸로 취미생활 삼아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도 내 일과 연계시킬 예정이다. 삶의 목표가 확정됐으니 이를 위해 더 가까이 더 높이 올라갈 준비를 할 거다.

Q. 마지막으로 울산저널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해보시라.

살다 보니 어떤 기회가 왔거나 위기가 왔을 때 난 겁을 먹거나 망설이는 바람에 정작 하려 했던 일을 못 했던 경험이 많았다. 많은 직업을 가져봤지만 내가 좀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도전했다가도 넘어질 거란 두려움을 조금만 덜 가졌더라면 결과가 더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실패라는 건 나를 죽일 수도 없고 나락에 떨어트리지도 못하더라. 나를 통해 여러분들이 삶을 용기 있게 대처할 수 있길 바란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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