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BTS 아미 “팬덤, 그 이상의 존재”

2025-07-31

“5만 여명의 비한국인들이 BTS 노래를 한국어로 함께 부르는 광경을 보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큐멘터리 ‘방탄소년단 아미: 포에버 위 아 영’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팬문화가 아닌, 전 세계를 연결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으로서의 ‘아미(ARMY)’를 담아낸다. 피바디상 수상자인 그레이스 이 감독이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고 교수로 K-팝 연구학자인 패티 안 감독과 함께 연출했다. 20년 넘게 정체성과 공동체, 사회 운동을 다뤄온 이 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아미에 대한 러브레터’로 정의한다. 팬덤이라는 집단이 어떻게 연대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아미를 단순한 팬이 아닌, 치유의 힘을 지닌 공동체, 다양성과 포용의 상징, 집단적 에너지의 원천으로 묘사한다. BTS가 군 입대를 앞둔 시점에서, 그들과 팬덤이 어떻게 무명에서 세계적 아이콘으로 성장했는지를 조망하며, “BTS의 성취는 아미 없이는 불가능했고, 아미의 존재 역시 BTS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다”는 상호 의존적 관계를 강조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멕시코시티와 서울의 댄스 커버 그룹들이 ‘MIC Drop’을 완벽하게 재현한 노력이다. 많은 이들이 BTS를 만나기 전까지 춤을 춰본 적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다. 그들의 표현력, 기쁨, 헌신은 단순한 팬 활동을 넘어 하나의 예술적 실천이자 연결의 언어처럼 다가온다.

그레이스 이 감독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세대 K팝 팬으로서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카세트테이프를 소장했던 그가 25년 후 조카를 통해 BTS를 접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중서부에서 성장했던 그에게 BTS와 아미의 등장은 강렬했다. 이 감독이 자란 시절엔 아무도 지도에서 한국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5만 명이 모인 스타디움에서 한국 노래를 함께 부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충격 이상이었다. 이 감독은 “2017년 BTS 콘서트에서 아미의 놀라운 다양성을 직접 경험했다”며 “성별, 인종, 나이, 국적, 언어, 종교적 배경을 넘나드는 팬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문화 현상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회상했다.

감독은 특히 팝 팬덤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많은 사람들이 팝 팬들을 망상에 빠진 존재로 치부하지만, 이 영화는 아미가 얼마나 복잡하고 인간적인 동기와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이 감독은 텍사스 포트워스, 멕시코시티 등 세계 각지의 한인 커뮤니티를 방문하며, BTS가 어떻게 지역 문화를 흔들었는지 직접 목격한다. 특히 휴스턴의 아미 친구들과의 촬영은 감독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뮤직비디오를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으며, 자신과 타인을 위한 의미 있는 활동을 실천한다. 팬 활동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사회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미는 새로운 시대의 팬덤 모델로 떠오른다.

오는 30일 전 세계 동시 개봉하는 ‘방탄소년단 아미: 포에버 위 아 영’은 단지 BTS나 팬덤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BTS와 아미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들의 여정에 한 페이지의 이정표가 된다. BTS와 아미가 함께 이룬 문화적 전환의 역사이며, 다음 세대를 향한 문화적 선언문이다. 그레이스 이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팬덤은 사회 변화의 긍정적 힘이 될 수 있다. 공유된 가치를 중심으로 단결할 때, 우리는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습니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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