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윤시윤이 깔끔함을 넘어선 결벽증으로 화제를 모았던 사연의 이면을 털어놨다. 집안 곳곳을 칼각 정리하는 그의 모습에 ‘결혼 장례식’이란 농담까지 따라붙었지만, 그 습관의 밑바탕에는 어린 시절 단칸방에서 공용 화장실을 써야 했던 기억이 남긴 깊은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었다.
24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윤시윤이 어머니와 함께 몽골 여행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몽골의 대표 이동 수단 푸르공을 타고 이동하던 중, 윤시윤이 차 안에 쓰레기통을 마련해 둔 것을 본 그의 어머니가 “언제 이런 것까지 챙겼냐”며 감탄했다. 이에 윤시윤은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나. 차가 지저분하면 쉴 수 없으니까 차도 최대한 집처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어머니가 “너 초등학교 3학년 때 대문 막 들어오면 푸세식 화장실 있던 단칸방 생각나냐”고 묻자, 윤시윤은 “우리 단칸방 살았을 때 얘기하는 거지? 세 가구가 공용화장실 쓰던, 아침에 줄 서서 화장실 쓰지 않았나. 나 화장실 써야 하는데 옆집 아저씨 담배 피우고 나오고 그랬다”라고 회상했다.
윤시윤의 어머니는 “우리 그러고 나서 옆에 안채로 이사 갔잖아. 그 안에 우리만 쓰는 화장실이 하나 있었지 않냐. 이사 가서 변기통 안고 벽에 기대 한참 앉아 있었다. 십몇 년 만에 내가 이뤘다는 성취감 같은 게 있었다”며 감격스러웠던 그때를 떠올렸고, 윤시윤은 “처음으로 우리만의 화장실이 생기니까 남이 쓰던 변기인데도 깨끗하게 닦아서 나보고 먼저 써보라고 했잖아”라고 맞장구치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윤시윤은 “다른 사람들은 내가 화장실에 예민한 게 깨끗한 걸 좋아해서인 줄 아는데, 나는 혼자 일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널찍한 화장실에 혼자 앉아있으면 내가 좋은 화장실을 쓸 만큼 열심히 일해서 이뤘구나 싶다. 그래서 더 화장실 청소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어린 시절 단칸방·공용 화장실 경험이 성인이 된 뒤 청결·정리 습관으로 이어졌다는 고백이다.
앞서 6월1일 ‘미우새’ 첫 출연 당시 처음으로 자택을 공개한 윤시윤은 ‘깔끔’으로 유명한 방송인 서장훈도 혀를 내두를 법한 정리 루틴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거실엔 TV 대신 양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이 놓여 도서관을 연상케 했다. 신발과 옷이 색상별, 종류별로 정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 냉장고 속 식재료도 용도별, 크기별로 정리돼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화장실 휴지까지 호텔처럼 각이 잡혀 있는 모습에 MC 신동엽은 “역대급”이라며 놀라워했다.

사전 인터뷰에서 윤시윤은 “배열과 규칙을 좋아한다. 그릇도 오와 열 짝수로 맞춰야지 장을 딱 열었을 때 좋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집 문을 열었을 때 완벽하게 나를 환영해 줬으면 좋겠다. 절대로 흐트러지지 않는다”며 ‘칼각 정리’에 진심인 이유를 밝혔다.
이를 지켜본 연예계 대표 ‘깔끔왕’ 서장훈도 “저는 저 정도는 아니다. 웬만하면 물건들을 맞추려 하지만 윤시윤 집처럼 수를 맞추거나 이렇게는 안 한다”라며 선을 그어 웃음을 안겼다.
또 지난 17일 방송에선 어린 시절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했던 사연을 털어놔 먹먹함을 남겼다. 이날 윤시윤은 “너무 어릴 때부터 엄마는 일만 하지 않았냐”라며 방송에서 처음으로 가정사를 꺼냈다. 윤시윤의 어머니는 스무 살에 아들을 낳아 홀로 키워왔다고 한다.
윤시윤의 어머니는 당시 자신을 “엄마니까 어른이라고만 여겼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나도 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100일 조금 지나서 할머니 집으로 보냈기 때문에 언제부터 걸음마를 했는지 이런 건 내가 모른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 “결혼해서 아이가 있다고 하면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미용실 할 때는 손님들 앞에서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 방에 있다가 손님이 가면 (윤시윤이) ‘엄마 엄마’ 실컷 부르며 뛰던 게 기억난다”라고 떠올리다 결국 눈물을 쏟았다.

윤시윤은 “내가 엄마 나이를 넘어서 오빠의 느낌으로 그때 당시의 엄마를 보면, 엄마는 20대 때 아무것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이제 해야 되는 건 엄마한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뭉클한 여운을 전했다.
정돈은 아들이 스스로를 다잡아 온 방식이었고, ‘엄마’라는 호칭을 잠시 접어둬야 했던 시간은 어머니가 삶을 감당해 온 흔적이었다. 이제 새로움으로 가득 찰 두 사람의 앞날에 응원의 마음이 모인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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