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에 입는 ‘세리머니 웨어’로 요즘 감각 한복 드레스 각광
활용도가 높은 화이트 계열의 양장풍 디자인 인기

지난 4월 결혼식을 올린 이정인씨는 민소매 한복 드레스 한 벌을 구입해 웨딩 촬영 때, 본식 전 피로연과 본식 후 연회장에서 입었다. 하객들 사이에서 ‘예쁘다’며 어디서 샀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페인 신혼여행에 가져가 스냅 촬영도 했다. “한복 1회 대여 가격과 비슷하게 구매해 벌써 4번 입었으니 ‘뽕 뽑았다’ 할 수 있겠죠?” 이씨는 매년 결혼기념일에 이 ‘만능 드레스’를 입고 기념사진을 남기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2부에 한복 vs 드레스.” 예비 신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글이다. 본식을 마치고 신랑·신부가 하객에게 인사를 하는 이른바 ‘결혼식 2부’에 보통 한복이나 드레스를 입는데 대여나 구입 비용이 만만치 않고 활용도가 낮다는 점에서 고민이 이어진다. 이런 이들에게 간결한 디자인의 ‘한복 드레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혼식을 비롯해 돌잔치, ‘하객룩’ 등 각종 특별한 날에 입는 옷을 통칭하는 ‘세리머니 웨어’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한복 드레스도 저변을 넓히고 있다. ‘생활한복’ ‘한복 드레스’ ‘셀프 웨딩’ 등의 키워드로 다양한 브랜드의 한복 드레스를 찾을 수 있다.

이정인씨가 입은 한복 드레스는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의 공식 쇼핑몰에서 29만9000원에 판매 중인 제품이다. 옆선에만 주름이 있는 액주름이 포인트로 장식된 민소매 끈 원피스는 비즈 깃 장식, 금박 가슴끈, 어깨 리본끈, 레이스 덧치마, 노리개, 망사 속치마 등을 추가해 다채롭게 연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이씨는 웨딩 촬영 때는 어깨끈에 리본을 묶어 사랑스러움을 더했고, 어른들을 대면하는 피로연에서는 별도로 구입한 레이스 저고리를 입었다. 이씨는 한복 드레스에 주머니가 있어 친척분들이 건네시는 봉투를 넣기 좋았다며 “한복이나 드레스였다면 가방이 따로 필요했을 텐데 주머니에 휴대폰도 넣고 다닐 수 있어 만족했다”고 전했다.
리슬의 황이슬 대표는 최근 ‘웨딩엔리슬’이라는 웨딩라인을 강화했다. “한복 시장은 결혼에서 큰 시장인데 요 몇년 사이 대부분이 대여 한복 중심으로만 소비되고, 그마저도 ‘비용이 아깝다’는 이유로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이유에서다.
“결혼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주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항목은 최대한 간소화하거나 실용성 중심으로 판단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한복도 예외가 아닙니다. ‘앞으로 몇번이나 입을까?’ ‘꼭 필요할까?’와 같은 고민 끝에 과감히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죠.”
- 리슬 황이슬 대표

대여와 구매의 중간 가격대를 겨냥한 다목적 한복 드레스는 합리적인 ‘가심비’ 소비에 익숙한 젊은 부부들에게 적중했다. 황 대표는 “실제 사용 가능성과 문화적 가치의 균형을 잡은 제안이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웨딩 촬영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안 행사나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한복 드레스로는 활용도가 높은 화이트 계열의 양장풍 디자인이 인기다. 반면 국제결혼을 준비하는 신랑·신부 사이에서는 전통 색감을 살리고 치마 실루엣이 풍성한 전통 한복 스타일 드레스가 환영받는다고 한다. 황 대표는 “결혼 이후에도 해외 파티나 문화교류 행사 등에서 자신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의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요즘 세대의 한복에 대한 높은 효능감도 한복 드레스 선호로 이어진다. ‘K드레스’를 표방한 브랜드 백색지한복의 레이스 한복 드레스를 선택한 김규리씨는 파리 신혼여행에서 이 의상의 진가를 확인했다. 신혼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을 블로그(네이버 pingors)에 게재한 그는 “특히 프랑스 오페라 가르니에 관람 때에는 유독 많은 시선을 끌었고 현지인들의 칭찬을 많이 받았다”며 예비 신부들에게 “평상시에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의 실용성 높은 드레스를 사는 걸 추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