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한 그릇에 담긴 위로, 큐가 말하는 집밥의 의미 [쿠킹]

2025-06-21

[뭘먹고 자랐길래] 어린 나이에 치열한 경쟁을 겪은 아이돌에게 집밥은 어떤 의미일까. 마음이 지칠 때마다 떠오르던 한 끼, 다시 힘을 내게 했던 따뜻한 밥상. 잘 먹고 잘 자란 이들이 직접 만들어 본 엄마의 밥을 통해,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봤다. 이번 주인공은 그룹 더보이즈(THE BOYZ)의 큐다.

“힘들 땐 엄마 밥이 생각나서 청주 집에 가요. 그러면 엄마는 제가 먹고 싶어 했던 음식을 만들어 주세요. 밥을 먹고 앉아 있는데도, 아낌없이 계속해서 음식을 내오세요. 그렇게 먹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해져요.”

아이돌의 평균 연습생 기간은 3년에서 5년. 때론 10년이 넘게 연습생으로만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그때 꿈을 찾아 혹독한 훈련을 받는 셈이다. 더보이즈 큐(본명 지창민) 역시 그랬다. 17살 가족을 떠나 3년여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2017년 12인조 그룹 더보이즈로 데뷔했다.

어렵게 기회를 잡았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는 무대를 빼앗았고, 대중 앞에 선보일 기회를 좀처럼 잡기 힘들었다. 또 개성 넘치는 멤버 중에서 존재를 알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있다. 큐 역시 그랬다. 음악 방송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로드 투 킹덤’부터 ‘킹덤’까지, 연이은 경연에서 기회를 잡았다. K-POP의 왕을 찾는다는 컨셉으로 440일간 총 14개의 무대에서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습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제는 손에 꼽히는. K-POP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이지만, 그는 여전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대중 앞에 선다는 것. 주목하고 있는 팬들이 많다는 것은 양날의 검처럼 때로는 자신에게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 달리는 큐를 만나 ‘무엇이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지’를 물었다.

큐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족이요. 저에게 ‘숨’ 같은 존재예요.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 그런 존재요. 최근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었는데, 그 시간이 참 편안하더라고요. 눈에 보이진 않지만, 뭔가 큰 힘을 받는 느낌이 있어요. 가족에게서 받는 에너지가 참 커요.

드라마〈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인공 금명이가 지쳤을 때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는 장면이 있어요. 큐도 그런가요?

맞아요. 저도 지칠 때 “엄마 밥 먹고 싶다”는 말이 나와요. 그러면 집에 가게 되죠. 엄마는 그런 제가 반가우신지, 정말 좋아하세요.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하셨기 때문에 엄마가 자주 음식을 해주실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더 미안해하시면서 이것저것 끊임없이 챙겨주세요. 쉬지 않고 먹이시는 걸 보면 ‘사육’ 같기도 한데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먹고 나면, 정말 힘이 생겨요. 어릴 땐 부모님께 힘든 걸 잘 말하지 않았어요. 아플 때도 혼자 이겨내려고 했죠. 그런 제가 엄마는 서운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조금씩 털어놓으려고 해요.

위로가 되었던 엄마 음식이 있다면요?

엄마가 요리를 정말 잘하세요. 그야말로 ‘금손’이세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해주신 음식은 다 좋아했어요. 특히 엄마표 등갈비 조림은 외할머니 레시피를 엄마가 재해석한 건데요. 집에 가서 그걸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 내가 집에 왔구나’ 싶어요.

요리는 평소에도 하세요? 실력을 상·중·하로 나눈다면요?

중상이요(웃음). 요리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배달음식도 점점 지겹더라고요. 최근엔 누나 집 근처에 있는 미역국 맛집에서 들깨미역국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SNS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해봤어요. 간장이나 소금도 없던 상태라 재료부터 다 샀죠. 그런데 막상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때부터 요리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기회가 된다면 팬들에게도 들깨미역국을 끓여주고 싶어요. 또, 엄마께 제가 좋아하는 순두부찌개를 엄마께 해드리고 싶어요. 해드리면 부족한 점을 알려주시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배우고 싶어요.

아이돌은 식단 관리를 철저하게 하잖아요. 큐도 그렇게 관리하세요? 팬들이 너무 말랐다고 걱정하던데요.

맞아요. 팬들이 “뺄 살이 어디 있냐” “그만 관리해라” 하세요(웃음). 사실 제가 좋아하는 얼굴과 팬들이 좋아하는 얼굴이 조금 달라요. 팬분들은 살이 약간 오른 얼굴을 좋아하시더라고요. 무대가 있을 때는 예민해지다 보니 매니저님들이 잘 챙겨주셔도 제대로 못 먹을 때가 있어요. 요즘은 활동기와 비활동기의 구분이 모호해서, 평소에도 식단 관리를 하게 돼요. 하루 한 끼는 꼭 맛있는 걸 먹자고 다짐하고, 나머지 두 끼는 닭가슴살이나 달걀, 현미밥 같은 관리식으로 채워요. 질리면 닭가슴살 샐러드에 단호박 수프를 곁들이기도 해요.

좋아하는 음식은요?

한식을 정말 좋아해요. 된장국·미역국 같은 국이나 청국장·김치찌개 같은 찌개류를 특히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편식을 안 했고, 콩국수도 좋아했어요. 음식을 남기는 걸 싫어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더라도 남기지 않고 먹는 편이에요.

늘 밝아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예전엔 그냥 참고 버티는 스타일이었어요. 쌓이다 보니 결국 한계가 오더라고요. 어릴 땐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어요. 그러다 마음가짐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저 자신을 돌보기 시작한 거죠. 가볍게 생각하고, 해결 안 되는 건 빠르게 받아들이자고요. 바꿀 수 없는 걸로 고민하는 건 결국 저만 손해니까요.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바꾸니까 훨씬 나아졌어요.

자신을 돌봐야겠다고 느낀 계기가 있었나요?

데뷔 2년 차, 첫 유럽 투어 즈음이었어요. 저를 너무 가두고, 채찍질만 하면서 당근은 전혀 주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25살 무렵 슬럼프가 왔어요. ‘이 일을 계속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그 나이를 가장 예쁜 시기라고 했지만, 저에겐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그때부터 저 자신을 돌보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10~20대는 특히 불안한 시기인데, 그런 감정을 어떻게 다루세요?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하루하루 즐겁게 살자고 스스로 자주 말해요. 스트레스 해소법과도 비슷해요. 화내봤자 누구에게도 좋은 게 없잖아요. 그리고 운동을 시작했어요. 몸을 움직이니까 정신도 건강해지더라고요. 원래는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데, 이제는 강제로라도 운동하면서 텐션을 끌어올려요. 그럼 기분이 덜 가라앉고요. 돌아보면, 지금이 가장 평온한 상태예요.

창작 활동에는 영감이 필요하죠. 음악 작업할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세요?

선배님들이 작곡하고 작사한 곡들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을까?”, “이런 곡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생각하고 또 알게 되면 느껴지는 게 있더라고요. 그런 느낌들은 바로 메모해둬요. 이제는 그게 습관이 됐어요. 작업할 때 그 메모들을 꺼내서 풀어보고, 대입해보며 자극을 받아요.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예전에는 진짜 슈퍼스타, 최고가 되고 싶었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요. 그런데 지금은, 제 모습을 보여줬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겠더라고요.

2025년, 올해 목표는요?

올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실제로 연기도 배우고 있고요.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뱀파이어나 늑대 인간 같은, 현실에선 경험할 수 없는 캐릭터를 표현해보는 게 참 재미있었어요.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작업이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도 저와는 전혀 다른 인물을 표현할 수 있어서 흥미롭게 느껴져요. 그래서 지금까지 보여준 ‘큐’와는 다른 새로운 캐릭터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가수로서는 솔로 앨범을 내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더보이즈로서는 새로운 앨범으로 컴백하고, 콘서트도 열고 싶어요. 더보이즈만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음악을 만들고, 그걸 무대에서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실력을 더 키우는 게 올해의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엄마의 레시피’가 있다면요?

청국장이요. 어릴 적, 잠결에 청국장 냄새가 나면 ‘아, 엄마가 요리하고 계시는구나’하고 느꼈어요. 그 구수한 냄새만 나도 배가 고파졌거든요. 엄마표 청국장은 신김치, 집된장, 그리고 쌀뜨물을 넣어 끓이는데,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우게 될 정도로 맛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소개하고 싶은 게 있어요. 두유를 넣어서 더 고소하고, 피부에도 좋은 ‘두유 미숫가루 라떼’예요. 간단하고 맛있고 건강에도 좋아요. 여러분도 꼭 한번 만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큐처럼 예뻐지고 싶다면? '청국장' 만들어 볼까.

큐가 만든 요리는 청국장과 두유 미숫가루 라떼. 청국장은 콩을 발효한 청국장과 두부를 듬뿍 넣어 단백질이 가득한 메뉴예요. 여기에 신김치와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얼큰한 맛을 더한 그야말로 밥도둑입니다. 두유 미숫가루는 물이나 우유보다 더 고소한 맛이 나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메뉴예요. 한 잔만으로도 속이 든든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어요. 청국장과 두부, 두유, 된장은 모두 콩으로 만드는 만큼 단백질이 풍부하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이소플라본이 많아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된다. 큐와 엄마 모두에게 필요한 건강식이다.

청국장

① 두부는 한입 크기로 자르고 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썬다. 대파, 청양고추·홍고추는 송송 썬다.

② 신김치는 잘게 자른다.

③ 냄비에 쌀뜨물 4컵을 넣고 끓이다가 열기가 살짝 오르면 코인 육수 2알과 자른 김치를 넣고 끓인다.

④ 국이 끓으면 된장 1/2큰술과 청국장을 넣고 끓인다.

⑤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다진 마늘 1/2큰술, 호박, 청양고추를 넣고 끓인다.

⑥ 두부와 홍고추, 대파, 고춧가루 1작은술을 넣고 끓인다.

⑦ 불에서 내리기 전 맛을 보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두유 미숫가루 라떼

① 컵에 두유와 알룰로스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② 미숫가루를 넣고 잘 저어 뭉친 곳이 없도록 섞는다.

③ 맛을 보고 부족한 간은 알룰로스를 더해 맞춘다.

④ 얼음을 넣어 고루 섞는다.

쿠킹팀=황정옥·이세라·송정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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