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는 과학관에서 높이 47m에 이르는 거대한 로켓 모형 설치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성공적인 누리호 발사를 기념해 이뤄지는 사업인데요, 그 웅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 대한민국의 과학기술력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도 머지않아 달에도 가고, 그리고 더 먼 우주까지 진출할 날이 오겠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우주에서는 어떤 요리를 해 먹을까?
초기에는 우주선의 비좁은 내부 환경을 고려해 휴대성과 보존성을 강조한 간편식 형태의 요리들이 주로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멀리 심우주를 탐사하거나, 영구적인 정착지를 건설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집니다. 계속해서 간편식만 먹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인공적으로 환경을 조절하며 식물을 재배하거나, 세포배양으로 육류를 생산하는 기술 등이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식재료를 구한다고 해도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지구와는 다른 환경에서는 조리 방법에서도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튀김 또한 그러하죠.
요리의 기본은 열전달입니다. 열에너지가 식재료의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그 결과로 요리의 식감과 맛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열전달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전도’, 적외선 같은 전자기파를 이용한 ‘복사’, 그리고 가열된 액체나 기체의 순환에 따른 ‘대류’에 의해 일어나는데, 튀김의 경우는 가열된 기름의 대류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 대류는 액체 등을 가열한다고 해서 반드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가열 이외에도 한 가지 더 필요한 요인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것은 바로 중력입니다.
가열된 부분의 액체는 부피가 팽창하면서 밀도가 낮아집니다. 그러면 가벼워지면서 위로 상승하죠. 그리고 이어서 위쪽에 있던 상대적으로 무거운 액체가 아래로 이동하는데, 무거울수록 중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대적인 위치 이동인 셈입니다. 만약 중력이라는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대류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에어프라이어처럼 회전하는 팬을 이용해 뜨거운 공기를 강제 대류시키는 방식은 무중력 상태에서도 가능하지만, 기름의 자연적인 대류를 이용하는 전통적인 튀김에서는 중력이 필수입니다.
그렇다면 맛있는 튀김을 위해서는 중력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유럽우주국(ESA)에서 시행된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최적의 조건은 3G, 즉 지구 중력의 3배라고 합니다. 연구진은 최대 9G까지 구현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내에 튀김기를 설치하고 프렌치프라이를 조리했는데, 중력이 높아질수록 단시간 내에 더 바삭한 튀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3G를 넘어가면 그 효과가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고, 너무 강한 중력은 요리의 모양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태양계 내에서는 목성의 중력이 약 2.6G이니 튀김의 최적 조건에는 가장 부합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거주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좀 더 멀리 적당한 다른 행성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우주에서 가장 맛있다고 소문이 날 튀김집을 열려면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