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철도시설 하자보수 나 몰라라···발주·운영구조 탓?

2024-10-07

건설사들이 선로와 교량 등 철도시설을 설치한 뒤 '하자보수' 요구에는 작업을 미루거나 방치하고 있다. 철도시설이 설치‧건설은 국가철도공단이, 운영‧유지보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맡고 있는 탓에 발주권한이 없는 코레일의 하자보수 요구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코레일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철도시설에서 발생한 일반하자는 총 1698건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가운데 661건(38.9%)은 보수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 중 436건은 보수요청을 받고도 1년 넘게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3년 넘게 방치된 하자도 50건에 달했다.

원래 시공사는 시공 후 10년간 의무적으로 하자보수를 책임져야 한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시공사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하자보수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자보수 미완료 건수가 가장 많은 시공사는 총 68건을 기록한 현대건설이었다. 이외에 건설사들 상당수가 하자보수 업무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건설(49건) ▲GS건설(35건) ▲DL이앤씨(28건) ▲삼성물산(26건) ▲SK에코플랜트(25건) ▲포스코이앤씨(22건)등 공사실적이 많은 대형건설사들이 하자보수 미완료에서도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견사들도 예외는 없었다. 코오롱글로벌(23건)을 비롯해 ▲계룡건설산업(22건) ▲삼부토건(20건) ▲KCC건설(20건) ▲한진중공업(20건) ▲두산건설(19건) 등이 하자보수업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늑장 하자보수작업의 주요 배경으로 철도시설의 발주와 유지보수 이원화구조를 꼽는다. 철도시설은 처음 설치‧건설할 땐 국가철도공단이 발주를 맡는다. 설치된 이후엔 코레일로 소관기관이 바뀌어 유지‧보수를 도맡는다. 건설사 입장에선 '돈 안 되는' 코레일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임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원화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 주요 해결책으로 꼽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코레일 내 철도유지보수 관련 인력은 약 7000명으로 국가철도공단 1800여명의 3.8배에 달한다. 국가철도공단이 유지‧보수업무를 흡수하게 되면 인사와 노조운영 등 다방면에서 기존 조직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이미 공기업 중 가장 거대한 조직인 코레일에 국가철도공단을 통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에선 철도시설 유지 보수 업무를 코레일에서 분리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이해당사자 모두의 반발만 산 채 무산됐다. 유지보수 업무를 국가철도공단이나 제3의 기관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철도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계류되다가 폐기수순을 밟았다.

전문가들은 시설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전직 코레일 고위 임원은 "철도공단은 철도 건설 후 업무를 이관하고 나면 유지보수에 대해 미온적이고, 시공사들도 발주처인 철도공단 눈치만 볼 뿐 코레일에는 상대적으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서 "하자보수가 미뤄질 경우 코레일에서 벌점을 주고, 입찰단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등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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