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가 일본과 손 잡고 아시안컵 공동 유치를 추진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개최권을 받으면 이르면 2031년, 늦으면 2035년 아시안컵이 양국에서 분산 개최된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일본축구협회에 아시안컵 공동 개최 의사를 타진했다. 협회 관계자는 27일 “일본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안다”며 “일본이 공동 개최 의사를 최종적으로 밝힌다면 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일 공동 개최로 아시안컵 유치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FC는 올해 초 2031년, 2035년 아시안컵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최근 아시안컵, 올림픽, 월드컵 등 굵직한 메이저 대회가 서남아시아에서 연이어 개최돼 왔다. 아시안컵 개최지를 한 곳만 선정할 경우 자금력이 막대한 서남아시아 국가에서 또다시 대회를 가져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두 개 대회 개최지를 묶어 결정한다면 한 곳은 동북아 국가가 될 공산이 크다. AFC는 내년 중반까지 구체적인 청사진과 대회 방식, 국가지원책 등이 담긴 정식 유치 신청서를 받은 뒤 2027년에 개최지를 최종 확정한다.
최근 아시안컵은 서남아시아에서 집중적으로 열렸다. 2011년 대회는 카타르, 2015년은 호주, 2019년은 아랍에미리트, 2023년 대회는 다시 카타르에서 개최됐다. 2027년 개최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3회 연속으로 아시안컵이 서남아시아에서 열린다. 2031년 대회 유치에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공동 개최)이 관심을 표명한 상태다. 대한축구협회는 전략적으로 2035년 대회 유치 의사까지 함께 밝히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협회는 최근 일본협회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조만간 양국 정부 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오는 12월 31일까지 2035년 대회 유치 의사에 대한 관심을 AFC에 밝혀야 한다.
일본이 공동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양국은 2035년이 아니라 2031년 아시안컵 유치 신청서를 한·일 공동으로 제출할 수도 있다. 동북아시아 대표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칠 경우 유치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중국은 2023년 아시안컵을 포기한 전력이 있어 존재감이 약하다. 아시안컵이 한·일 공동 개최로 결정될 경우, 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또다시 축구 메이저 이벤트를 함께 치르게 된다. 이종성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한국이 일본과 함께 아시안컵을 공동 개최하는 방안은 유치 가능성이 높은 매력적인 카드”라며 “수교 60주년을 맞은 양국이 상호 경쟁 속에서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고, 궁극적으로 양국 관계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컵에는 24개국이 참여해 총 51경기를 치른다. 경기장은 최소 8개가 필요하다. 한·일이 공동 개최를 할 경우 양국은 각각 4개 경기장을 가동하게 된다. 개막전과 결승전을 나누는 방식이 유력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개막전(서울)과 3·4위전(대구)은 한국에서, 결승전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렸다. AFC 규정상 아시안컵 개최 경기장은 개막 한 달 전부터 상업 활동을 포함한 모든 행사 및 시설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월드컵경기장 등 상업시설이 이미 설치된 몇몇 경기장은 아시안컵 개최에 제약이 있다. 결국 한·일 공동 개최는 기존 월드컵 경기장의 선별적 개보수 및 활용, 불필요한 비용 절감, 민간 영역과의 갈등 최소화 등 국내 실리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한국은 제1·2회 아시안컵에서 우승했다. 당시 출전국은 4개국에 불과했다. 이후 한국은 준우승과 3위가 네 차례씩 있었을 뿐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한국은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를 포기한 2023년 아시안컵 유치에 도전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대규모 현금 지원을 약속한 카타르의 물량 공세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어 2027년 개최지도 ‘예상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선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