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온이 헝가리 이반차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하도급 분쟁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하청업체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을 배상하라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법률상 SK온의 책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다만 원도급사가 같은 그룹 식구인 SK에코엔지니어링인 데다, 결과적으로 SK온이 협력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격이어서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진단을 내놓는다.
SK온 이반차 공장 두고 정산비 '잡음'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이 발주한 헝가리 이반차 공장 건설 현장에서 최근 1차 하도급사(A사)와 2차 하도급사(B사) 간 정산 갈등이 불거졌다. B사가 공사 과정에서 설계 변경과 현장 여건 변화로 약 53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지만, A사가 '총액 계약'을 이유로 정산을 거부했다고 주장하면서다.
해당 계약은 SK온을 발주처, SK에코엔지니어링을 주도급자, A사를 하도급자, B사를 2차 하도급자로 하는 구조였으며, 계약금액은 약 92억원 규모다. 그러나 원자재값 급등을 비롯한 대내외 이슈로 공사가 지연돼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는데, 이를 B사가 떠안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헝가리 이반차 공장은 SK온이 헝가리 내에 3번째로 건설한 배터리 생산 거점이다. 지난 2021년 1월 투자를 결정해 같은 해 3월 착공에 돌입했고, 2024년 2분기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이반차 공장은 1회 충전에 4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탑재 용량 킬로와트시(kWh) 기준 약 43만 대 분의 배터리 공급이 가능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A사와 B사는 HVAC 덕트 공사를 담당했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총액 계약' 해석 여부로 해석된다. B사는 공사 과정에서 수차례 설계 변경이 있었고, 물량과 공정에 따라 사후 정산을 전제로 한 내역 계약 구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A사 측은 계약은 총액으로 체결됐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수급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쟁점은 과연 해외 공장 관련 사안에 국내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느냐다. A사는 헝가리 법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 헝가리법을 적용해 국내 공정거래 규제를 피했다.
즉, B사 측은 설계 변경과 공정 수정은 원도급 측 지시에 따라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A사가 총액 계약을 이유로 비용 부담을 떠넘겼다며 사실상 국내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하는 '백투백(Back-to-Back)' 관행이 존재했지만, 법 적용을 받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는 입장이다.
정산 문제 건의에도 ···SK "직접 관여 불가"
일단 SK온은 법적 책임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통상 원청의 법적·재무적 책임은 1차 하도급까지이며, 2·3차 간 분쟁에 개입하면 오히려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B사는 지난해 SK에코엔지니어링 구매(BP)팀에 A사의 정산 지연 문제를 공식적으로 건의했으나, 사건 종결 처리를 받았다.
B사 측은 "A사는 SK에 합의 의지를 피력한 것과 달리 지급해야 할 대금 중 극히 일부인 유보금 2%에 대해서만 지급이 이루어졌다"며 "여전히 계약에 따른 전체 대급 지급 의사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자칫 법적 검토를 하게 될 경우 SK의 이미지를 실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SK에코엔지니어링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SK에코엔지니어링 측은 "추가공사에 대한 업무 범위 등에 대한 이견이 발생해 정산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BP의 계약조건, 자금 집행 등 고유의 업무영역에 SK가 직접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태를 두고 법조계 내에선 상반된 시선도 감지된다. 설계부터 도급사 선정, 공사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과정을 조율한 것이 SK온이었던 만큼 이들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A사는 SK와의 계약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며 사실상 협력업체를 통제하고 있다"며 "이 구조를 묵인한 SK 측에도 도의적 책임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K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윤리경영을 내세우는 만큼 협력사 간 불공정 거래에 대해 최소한 사실관계 확인과 후속 조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사안은 국제중재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다. B사는 현재 A사를 대상으로 국제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며, 동일 현장에서 일한 다른 2차 협력사들도 소송 참여를 검토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금액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해외 거점 공장에서 분쟁이 이어지면 신뢰도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법리적으로는 원청 개입이 어렵더라도 협력사 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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