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거스르려는 억만장자···비결은 ‘돈’이 아니었다?

2025-01-17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미국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48)의 하루는 일찍 시작됩니다. 4시30분 일어나 자외선 없는 백색광부터 쬡니다. 비타민C 포함 알약 3개를 삼킨 뒤 체온을 확인하고는 귀에 전극을 붙여 자율신경계를 자극합니다. 그 후 알약 54개를 털어 넣고 물에 클로렐라 분말 등을 탄 혼합물을 섭취합니다. 레이저 다이오드 방출 모자 쓰기, 헬스장에서 35가지 운동 순서대로 하기, 정해진 중량의 채소 먹기가 이어집니다. 그다음 고주파로 30분간 복부 마사지를 하고 근적외선 및 적색광 요법, 청력 치료를 합니다. 오전 11시 하루의 마지막 식사를 마친 뒤 약 34알을 추가로 먹습니다.

듣기만 해도 숨이 찹니다. 존슨은 이런 생활을 수년째 매일 해오고 있습니다. 늙지 않기 위해, 아니 정확히는 ‘젊어지기 위해’서요. 하루 하는 것만 100가지가 넘습니다. 들이는 비용은 연간 200만달러(약 29억원)에 달합니다.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브라이언 존슨: 영원히 살고 싶은 남자>는 젊음에 집착하는 이 괴짜 사업가에 주목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미 존슨을 아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다소 과하다 싶은 그의 노력이 뉴스에 오르내리곤 하니까요. 주로 ‘젊어지려 OO까지 한 억만장자’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말이죠.

다큐멘터리는 존슨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으며 그의 노화 방지 프로젝트를 담습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인간 한계를 넘어 가능한 한 가장 낮은 생물학적 연령을 달성하는 것. 존슨의 뒤엔 의사·과학자 등 전문가 군단과 첨단 과학이 있습니다. 이런 실험이 가능한 건 그가 어마어마한 부자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 자신이 만든 온라인 결제 플랫폼을 8억달러(약 1조1700억원)에 매각했거든요.

논란이 있긴 하나 존슨의 실험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는 듯 보입니다. 2년 사이 신체 나이는 5.1년 어려졌고, 노화 속도는 0.69를 기록했습니다. 남들이 1살 먹을 때 0.69살만큼만 늙는다는 거죠. 겉으로 보기에도 그의 몸은 탄탄합니다. 얼굴도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과거 사진을 보면 동일인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딴판입니다. 이런 변화는 많은 이들이 존슨에게 열광하게 했습니다. 존슨의 수십만 팔로워는 슬로건 ‘돈 다이’(Don‘t Die·죽지 않아)를 외치며 그의 루틴을 따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존슨에게 호의적인 건 아닙니다. 사실 적이 더 많죠. 언론은 그를 자극적인 뉴스거리로 활용하고, 사람들은 ‘미쳤다’라며 손가락질합니다. 다큐멘터리에는 여러 전문가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존슨의 실험이 과학적 의미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만으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는 전문가도 있고요.

그래도 존슨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불우한 가정생활, 종교 문제,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까지 생각했던 과거보다 지금 훨씬 건강하고 행복하다면서요. 실제 다큐멘터리 속 존슨은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합니다. 프로젝트 이후 소원했던 가족과도 가까워졌습니다. 10대인 아들은 아버지의 프로젝트를 적극 지지합니다. 우울하고 말수가 적었던 존슨은 이제 없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존슨이 겪는 신체적 변화 외에 인간관계를 포함한 인생 전반의 변화와 그에 따른 심리 상태에 주목합니다. 저에게 흥미롭게 다가온 것도 이 대목입니다.

고백하자면 처음 존슨에 관한 기사를 봤을 때 든 생각은 ‘한심하다’였습니다. 영원한 젊음을 향한 욕망이 어리석을 뿐 아니라 나쁘다고 여겼습니다. 젊음의 찬미는 결국 늙음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니까요. 그래서 존슨을 마음껏 비웃을 작정으로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팬을 거느리는 그의 모습이 사이비 교주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도 이런 비판적 의견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화면 속 밝은 얼굴의 존슨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그를 행복하게 만든 건 몇 년쯤 어려졌다는 신체 나이, 탄탄한 근육질의 몸 같은 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닐까.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과의 교류, 지지와 사랑을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야말로 그를 바꾼 묘약 아닌가 하고요. 존슨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눈엔 그렇게 보였습니다.

평범한 우리에겐 희소식입니다. 행복의 근원이 사랑이라면 존슨 같은 억만장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니까요. 물론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는 노력은 필요할 테지만요. 역시 진리는 단순한 법입니다.

새해에 한 살 더 먹어서 슬픈 분들께 추천합니다. 러닝타임도 90분 정도이니 부담 없이 틀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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