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 대표들은 역대 3번째 대통령 탄핵 등 정치 혼돈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대화·타협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법원 판단에 맡기는 ‘정치 사법화’가 한층 심화되고 있는 만큼 정치 중립성을 근간으로 한 사법부 판단이 사회 신뢰 회복으로 이어져야 혼란에 빠진 정국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은 광장·김앤장·세종·율촌·태평양·화우(가다나군) 등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를 대상으로 탄핵 정국에 ‘법조 3륜(판사·검사·변호사)’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물었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이들은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재판 지연 등은 기본으로 사법부가 정치권에 흔들리지 않는 판결을 내려야, 대(對)국민 신뢰 회복은 물론 정치 사법화의 폐단도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A로펌 대표변호사는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 비난하는 게 결국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대단히 불행해질 것”이라며 “사법부를 중심으로 법조 3륜이 정당한 법질서(Due Process)가 중시되는 문화, 상대방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B로펌 대표변호사는 “유력 정치인들의 존망이 사법부 판단에 의해 흔들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정치권에서 사법의 정치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앞으로 지속될 수 있다”며 “사법부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중립성을 엄격히 유지해 국민 신뢰를 쌓는 노력을 해 ‘재판의 독립’을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판 지연 문제의 해결, 정치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판단 등을 토대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사법부를 만들어야 앞으로 한층 심화될 정치 사법화의 폐단을 줄이는 등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에 대해서는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게’ 아닌 ‘국익을 위한 정치’를 주문했다. C로펌 대표변호사는 “여야 모두가 정치적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수 싸움을 지속하면서 경제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진영 논리에 치우쳐 국익보다는 정당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이 정책 결정을 어렵게 하고 사회적 신뢰마저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로펌 대표 변호사는 “정치가 혼란하고 대외적으로 경제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여야는 경제와 민생 문제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며 “당장의 승리보다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타협과 합의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민생·국익만 챙기는 정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