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당의 추락, 검사 정치의 말로

2025-05-19

 #1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떠났다. 떠밀려 탈당했지만 사과는 역시 없었다. '혹시나'는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뭐 어차피 (대통령) 5년 하나 3년 하나." 파면 뒤 서초동 자택으로 돌아오며 했다는 이 말이 그분의 가식 없는 정신세계다. 솔직히 해독은 쉽지 않다. '어차피 5년 하나 3년 하나'는 그렇다 쳐도 '다 이기고 돌아왔다'는 그야말로 미스터리다. 야당의 횡포를 널리 알렸으니 파면돼도 좋다는 정신승리일까. 진보 진영에선 "사법부 내 극우파를 움직여 구속을 취소시켰고, 한덕수를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할 계획까지 완벽하게 세웠으니 이겼다는 것 아니냐"는 창조적인 해석도 나온다. 그 어느 쪽이든 정치를 '이기고 지는' 일로 접근하는 인식이 가장 어색하다. 누군가를 잡아넣고, 구속시키고, 기소하면 이겼다고 믿는 검사 DNA가 이런 삐뚤어진 태도로 굳어졌을 것이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승리 본능, 국민이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검사 정치'의 본질은 바로 이것일 듯싶다.

#2.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MB) 부부와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했다. 윤 전 대통령과 MB의 첫 식사 회동이었다. MB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부부도 함께 했다. 국민의힘 총선 참패 이후의 정국 운영,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 문제 등과 관련한 조언과 덕담이 오갔다는 바로 그 회동이다. 그런데 그렇게 화기애애했던 이 자리에서도 '검사 정치'의 폐해가 도마에 올랐다. 식사 도중 MB가 "검사 출신이 연속으로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는 전언이다. 국민의힘 상황은 그만큼 심각했다. 두 명의 특수부 칼잡이 출신이 벌이는 권력 다툼에 대부분의 국민이 신물을 내던 시기였다. 한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듯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줬던 검사 출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벌이는 눈꼴사나운 전쟁을 국민 모두가 '강제 시청' 당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는커녕 어떤 사소한 승부에서도 양보 없이 날뛰던 두 사람의 치킨게임에 보수 정치가 뿌리채 흔들렸다. 임기 초반 죽고 못 살던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진 뒤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군 세력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결국 계엄 선포라는 망상적 극단 행동으로 치달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치 현안과 관련된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던 MB의 쓴소리는 검사 출신들에 의해 한없이 추락하는 보수 정치의 비극을 더는 눈 뜨고 바라볼 수 없다는 간절함 때문 아니었을까.

#3.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국민의힘 후보로 옹립하려다 실패한 심야의 자폭 쇼에도 검찰 출신 인사가 여럿 얽혀 있다. 시나리오를 직접 썼거나 최소한 감수한 것으로 지목받는 친윤 성향의 '쌍권' 지도부 역시 모두 검찰 출신이다. 야당과 일부 세력은 '김문수, 그다음은 한덕수'라는 '알량한' 그 대본의 배후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기겠다는 망상이 여기에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이번 경선의 최대 피해자로 여기고 당을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 역시 아이러니다. 그는 "한X이 한밤중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두X이 한밤중 후보 약탈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 이 세X들 미쳐도 좀 곱게 미쳐라"며 윤 전 대통령과 '쌍권' 지도부를 겨냥한 저주의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왼쪽도 오른쪽도 위도 아래도 전부 검사들 천지다. 검사들의 난인지 검찰 패거리 정치의 비극인지, 지난 3년간 한국 정치를 뒤흔든 지긋지긋한 '검사들의 리그'가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이번 대선이 끝난 뒤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서 있을까. 정치외교안보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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