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에서 잇따라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드러나자 각 대학이 서둘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학교 측이 관리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확산을 따라잡지 못한 교육 현장의 한계가 내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학교에는 최근 ‘명문사학 고령사회연구원 교수진의 총체적 무능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온라인 비대면 강의에서 집단 부정행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해당 강의 교수진이 후속 조치로 ‘GPT 킬러(AI 활용 탐지) 5% 미만’을 충족한 과제 제출을 요구한 것이 학생들의 반발을 촉발한 것이다.
고려대 컴퓨터학과 19학번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대자보에시 “학교 측이 관리 부실에 대한 반성 없이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 및 과제 표절률(GPT 킬러) 5% 미만이라는 비현실적 기준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행태를 비판한다”며 “선량한 다수의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폭력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특히 비대면 시험 환경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학교와 교수진이 적절한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부정행위의) 원인에는 비대면 환경에서의 부정행위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안일하게 대응한 교수진의 관리 소홀이 존재한다”며 “학교 측과 교수진은 자신들의 직무 유기와 관리 실패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지는 자세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자보에는 교수진이 학생들에게 표절률 5% 미만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교수진의 공지문 자체가 카피킬러와 GPT 킬러 검사에서 표절률 6%로 나타났다는 대목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해당 대자보 사진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고려대 서울캠퍼스 게시판에도 공유됐고, 300개 이상의 공감을 받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에서는 지난달 비대면 교양 과목 온라인 시험과 공과대학 전공 수업의 온라인 퀴즈 시험에서 일부 학생의 부정행위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학교가 시험 결과를 무효 처리한 바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고려대는 기말고사에서는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AI 기술의 확산 속도에 비해 평가 시스템이 뒤처지면서 학생·학교 간 갈등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