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딥시크’ 충격

2025-02-06

지난 주 중국의 자그마한 인공지능(AI) 연구개발 회사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40세의 량원펑(梁文鋒)이 창업한 딥시크(DeepSeek, 深度求索)가 생성형 인공지능 추론 모델 딥시크 R1을 출시하였는데, 그 성능이 미국의 오픈AI o1과 대등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놀라운 사실은 딥시크는 연구개발 인력이 150명 남짓으로 오픈AI, 구글 같은 미국의 빅테크 회사들보다 훨씬 규모가 작고, R1의 개발비용도 미국에 비하여 10분의 1 이하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 때문에 최첨단 반도체를 쓸 수도 없었다. 이러한 딥시크의 성과는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수천억 달러를 들여 더 많은 첨단기기와 연구 인력을 투입하려는 미국 회사들의 전략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고, 엔비디아 등 관련 회사들의 주가는 크게 출렁거렸다. 인공지능 개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비용 고효율의 딥시크 R1 모델

미국의 대규모 투자 전략에 충격

세계 최고 수준 중국 과학기술력

우리 인재 양성 체계 돌아보게 해

사실 불과 15년 전쯤만 해도 중국에서 제조된 공산품 중 예상외로 성능이 좋은 것을 ‘대륙의 실수’라고 불렀다. 당시 중국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은 대부분 겉모양만 그럴듯하고 질(質)은 떨어지는 짝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 제품 중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보이거나 심지어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드론은 중국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고, 가전제품도 로봇 청소기처럼 세계를 선도하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과 전기 자동차에서도 저가 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이제는 최고급 사양으로 세계 유수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기술력이 크게 발전하였고, 이제는 누구도 가성비 좋은 중국 제품에 대하여 ‘대륙의 실수’라는 농담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중국의 과학기술력이다. 산업기술의 수준을 나타내는 국제 특허 출원(PCT 출원)을 보면 중국은 201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특허를 출원하는 국가가 되었다. 기관별로도 중국의 화웨이가 수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023년 통계를 보면 10대 다(多)출원 기업 중에 중국 기업이 4개나 된다. 기초과학 수준을 나타내는 논문도 비슷한 상황이다. 발표 논문 수에서 중국은 세계 1위이고, 연구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네이처 인덱스에서도 2024년에 중국과학원(CAS)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 10대 연구기관 중 중국 기관이 무려 7개나 포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기초과학이나 산업기술은 세계 정상급이고, 이러한 과학기술력이 제품의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미래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 예상되는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함께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련 연구 인력도 두 나라가 가장 많고, 지난 10년간 출원된 생성 AI 관련 특허의 70%는 중국에서 출원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5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엄청난 자금력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연구 인력도 부족하고 자금도 빠듯한 나라에서는 그저 구경만 할 처지이었는데, 소규모 인력과 자금으로 고성능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성공한 딥시크의 사례는 큰 희망을 주었다. 과거 중국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데 급급하였지만, 이번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물론 딥시크가 주장하는 저비용이 과연 사실인지 딥시크의 성취가 진정한 혁신인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지만, 어쨌든 미국과 같은 물량 공세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선례를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

딥시크의 성공은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몇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는 풍부한 AI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딥시크의 연구원들은 창업자 량원펑을 비롯하여 대부분이 중국에서 공부한 토종 과학자들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전세계 AI 고급인재의 47%가 중국 출신이라고 한다(중앙일보 2월 5일자). 이처럼 중국에는 AI 인재들이 풍부한데, 우리나라는 의대 열풍과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재 양성에 빨간 불이 켜있다. 둘째는 세계 조류에 무비판적으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독창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첨단 반도체를 많이 확보하는 경쟁에서는 누구도 미국의 자본력을 따라갈 수 없다. 대신 저비용 고효율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할 때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다양성이다. 딥시크의 본사는 중국 IT 회사들이 모여있는 베이징이 아니라 저장성 항저우시에 있다. 이처럼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집단사고’의 위험을 줄이고 생각의 다양성을 촉진하지 않았을까. 수도권으로의 집중 현상이 극심한 한국의 사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세계는 이처럼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국내 정치에 발목 잡힌 한국은 언제나 제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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