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외환시장에는 통화스와프 외에도 미국 달러 패권을 뒷받침하는 두 방패가 있다. 미국 재무부의 ‘외환안정화기금(ESF)’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마 레포(FIMA Repo)’ 제도다. 1934년 재무부에 의해 편성된 ESF는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 유로화·엔화 자산을 팔고 달러 가치 급등 시 유로화·엔화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이 기금은 국제 외환시장 안전판 역할도 했는데 1995년 멕시코 페소화 폭락 사태 땐 기금에서 200억 달러가 지원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원화 가치 안정에 투입된 미국 50억 달러의 재원도 ESF였다.
피마 레포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달러 가뭄을 겪는 해외 중앙은행들을 돕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뒤 이듬해 7월 상설됐다. 타국 중앙은행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빌려 쓰는 일종의 단기 담보대출이다. 우리나라도 피마 레포를 통해 최대 600억 달러까지 빌릴 수 있다. 앞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2021년 12월 종결된 상태인 반면 한국은행에 대한 연준의 피마 레포는 유지돼 우리의 외환시장 불안감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한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두 달러 방패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가 3600억 달러 규모로 약속했던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선금 투자를 요구하며 달러 조달 방안으로 ESF와 피마 레포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재무부가 이를 실행하면 기축통화인 엔화·유로화 등으로만 구성했던 ESF의 기금 자산에 원화가 편입될 수도 있다. 우리 통화의 국제적 위상 제고로 이어지게 될 호재다. 다만 우리가 제공받을 수 있는 ESF 및 피마 레포 한도는 각각 수백억 달러(순자산 기준)와 600억 달러로 36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액에는 못 미친다. 달러 차입 이자 부담도 우리의 고민거리다. 한미가 이 같은 딜레마를 극복하면서 무역 협상을 푼다면 양국 간 통화 동맹까지 함께 강화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