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 특수·정보요원 민간조직 ‘그레이 불’ 담당
육상 탈출해 13~14시간 항해 후 오슬로행 비행기
최소 9가지 시나리오 준비···미군도 상황 공유
리더 스턴 “생애 가장 도전적이고 보람있던 작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영화같이 극비리에 국경을 빠져나와 노르웨이 땅을 밟기까지, 미국 민간 구조대의 숨겨진 작전 내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BS뉴스는 이번 작전을 비밀리에 지휘한 ‘보이지 않는 손’은 미국 특수부대 출신 전투 베테랑 브라이언 스턴이 이끄는 민간 탈출·구조 조직 ‘그레이 불’이라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 탬파에 본부를 둔 이 조직은 스턴을 포함해 전직 특수작전·정보요원들로 구성돼 있다.
그레이 불은 마차도의 육상·해상 탈출을 책임졌으며, 작전은 지난 5일 밤 스턴이 과거 정보기관 동료로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중요한 ‘패키지’를 빼내야 한다”는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스턴은 구조 대상이 ‘여성’이라는 말만 듣고도 바로 마차도일 것이라 직감했으며, 자신의 경력 중 가장 위험한 작전이 되리라는 것도 알아챘다고 했다. 그는 WSJ에 “모두가 마차도의 얼굴을 알고 있다. 그녀를 이동시키는 것은 힐러리 클린턴을 이동시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마차도는 1년 가까이 마두로 정권의 탄압을 피해 은신해왔고 노벨상 시상식 참석을 위한 이번 탈출 역시 극비리에 진행됐다. 그는 육지를 빠져나온 뒤 해상의 특정 지점에서 스턴과 접선했고, 약 13~14시간 항해해 비공개 장소로 이동한 뒤 오슬로행 비행기를 탔다.
가장 긴박한 순간은 밤바다에서 마차도가 구조팀의 배에 오르는 장면이었다. 구름 낀 하늘에 달빛도 거의 없고 배들도 불을 끄고 이동해 시야가 극도로 제한된 가운데 진행됐기 때문이다. 스턴은 CBS에 “우리 팀도, 마차도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 있었다. 그녀는 몹시 추운 상태였지만 동시에 매우 기뻐하고 흥분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전의 코드명은 ‘오퍼레이션 골든 다이너마이트’였다.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이자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그레이 불은 마차도 탈출을 위해 항공기·헬기 구조부터 가이아나·콜롬비아 경유 탈출까지 최소 9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동시에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마차도가 이미 유럽에 있다”, “콜롬비아행 차량에 탔다”, “미군 항공편에 숨어 탔다” 등 여러 가짜 소문을 의도적으로 흘렸다.
직접 작전에 참여한 인원은 약 20명이지만 정보 제공·통역·물류 등 다양한 역할을 더하면 훨씬 많은 인력이 관여했다. 미국 정부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으나 오인 사격 등 충돌을 피하려고 그레이 불과 미군이 비공식적으로 상황을 공유했다고 스턴은 밝혔다.
스턴은 2021년 그레이 불을 설립해 아프가니스탄부터 가자지구까지 전쟁 지역에서 민간인 탈출 작전을 수행해왔다. 그는 “수백 건의 구조 작전 중 마차도 작전이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가장 보람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이 작전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한 여성의 생명을 구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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