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서울에서 개최
공동보도문 분량 줄고 수위도 낮아져
미국 “북·중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 추진”

한·미·일 합참의장이 11일 공동보도문을 내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북·러 군사협력과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미국 합참의장은 한·일이 대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이날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에서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 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과 제22차 회의를 개최했다. 3국 합참의장은 회의 이후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한반도와 인태지역 및 글로벌 안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3국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이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 가동하는 것을 규탄했다.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한반도와 인태지역 및 그 너머에서 불안정을 야기하는 북한의 모든 불법적 행동을 즉시 중단하도록 촉구한다”라며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 3국 합참의장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반도와 인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3국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도 논의했다. 3국은 정례적인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를 오는 9월 중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동보도문 내용은 지난해 7월 때 나온 보도문보다 분량이 줄고 수위도 다소 약해졌다. 이들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을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지난해에는 북·러 군사협력 강화를 “규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올해는 중국과 대만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이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며 “어떤 일방적인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 촉구” 등의 표현도 담겼다.
러시아를 직접 비판하는 내용이 빠진 것은 미·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겨냥 메시지가 제외된 것은 국제적인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높아진 한국 및 일본의 의사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모두발언에서 케인 합참의장은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언급했지만, 김 의장과 요시다 통합막료장은 중국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2014년에 시작한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 건 처음이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에서 개최됐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모두발언에서 “회의가 3국을 순환하며 한국에서 개최된 것은 그 자체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음을 인태지역 및 전 세계에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일본 통합막료장이 15년 만에 방한한 점을 언급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이전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공고해졌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역내 안보 도전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3국 안보협력의 추동력을 유지하고 지속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현재 북한과 중국은 그들의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명확하고 분명한 의도를 갖고 전례 없는 수준의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미국은 억지력을 재정립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이를 위해 3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댄 케인 의장은 2014년 첫 회의 개최를 언급하며 “당시에는 거의 전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역내 새로운 안보 도전 과제를 논의했다”라며 “오늘날 매우 섬세한 역사의 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책임을 3국이 짊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북한 외에도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위한 동맹국의 동참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요시다 요시히데 통합막료장은 “한·미·일 방위협력이 각국의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이고 확고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제도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라며 “굳건한 결속을 대내외에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