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의 로컬리즘] 인구 제로 유령마을

2024-09-30

2025년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10명 중 2명이 65세 이상이란 의미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인 일본이 30%(2023년)이니 아직은 괜찮을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이대로면 2045년 37%로 일본을 추월한다. 저출생이 심화하면 시간은 더 앞당겨진다. 0.72명(2023년)의 저출생에 허우적거릴 때 소리 소문 없이 초고령화의 그림자가 자욱이 내려앉은 것이다.

최근 베이비부머(1차)의 상징 격인 1958년생 개띠가 65세에 올라서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저출생에 밀려 잠깐 주목받다 잊혔다. 서울과 중앙정부처럼 평균을 끌어올리는 절대 우위 생태계에 늙음이 차지할 지분은 없다. 반대로 농산어촌의 로컬사회는 일찌감치 늙음의 공간 지배가 완료됐다. 경북 의성(46%)과 군위(45%), 전남 고흥(45%) 등 고령화율 30% 이상만 77개(2024년 2월)로 뚜렷한 증가세다.

집중의 수도권과 달리 소멸의 위험성에 노출된 농산어촌의 미래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늙음조차 일단락되면 유령마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구 제로(0)의 무거주지(주민등록), 즉 무인공간의 등장이다. 평균 이상의 승자집단인 도시이슈에 함몰된 동안 인구감소에 노출된 채 고군분투한 비교열위의 숨겨진 진실과 같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러나 정작 눈감으며 소외시켜온 약자공간의 뼈아픈 현실이다. 발버둥은커녕 비명소리조차 사라진 초고령화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내달리는 존속불능 폐색(閉塞)로컬의 암울하고 엄중한 경고다. 인구 제로의 유령마을은 성큼 다가왔다.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소멸위험선(65세↑/20∼39세 여성=0.5↓)을 넘어선 곳이 130개(2024년 3월)에 달한다. 10년 전보다 2배나 늘었다. 인구 제로의 후보군은 구체적이다. 인구 10만명 아래만 93개, 그중 19개는 심리적 인구저항선 5만명도 밑도는 3만명 아래다. 물론 읍·면·동을 넘어 시·군·구가 유령마을로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도 극소수가 살아가는 마을, 정상관리가 힘들어진 로컬은 인구 제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실제 일본은 인구 제로의 단위마을이 생겨났다.

인구변화는 가정·상식을 깨는 새로운 현상을 기꺼이 또 빈번히 만들어낸다. 산속 화전마을이 아닌 한 멀쩡한 농산어촌이 인구 제로로 전락할지 상상조차 못했다. 해서 일본의 경험은 이제 희귀사례가 보통명사로까지 확장된다. 총무성이 2015∼2019년 4년간 등록인구가 없는 마을을 찾았더니 모두 164개(96개 시·군·구 소속)로 나타났다. 도시화율이 높은 오카야마(岡山)처럼 11개 유령마을을 지닌 지자체도 생겨났다. 실제 가까운 앞날에 소멸확률이 높은 곳을 뽑으면 3622개까지 급증한다. 그나마 일본의 소멸위험은 지자체의 4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57%의 한국상황이 더 위협적이란 의미일 수밖에 없다.

초고령화는 미래이슈인 저출생보다 현실적이고, 파괴적인 트렌드다. 로컬공간의 늙음문제를 선제적으로 관리·완화해야 할 이유다. 유령마을 출현이후는 정책효과가 낮다. 인구귀환에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든다. 이대로 농산어촌의 고령추세를 방치한다면 곧 도시공간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새 피를 수혈하는 것이든 자구실험이든 유령마을로의 전락경고가 떨어진 지금은 뭣이든 해야 할 타이밍이다. 로컬부터 개방적이고 자발적으로 변하는 게 중요하다. 잘하면 인구문제의 본질파악과 혁신돌파도 기대된다. 퍼스트펭귄(가본 적 없는 길에 먼저 도전하는 것)의 승부수를 띄울 때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