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할인 전쟁’서 밀린 테슬라, 美 점유율 50% 밑으로 떨어지나

2024-06-30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다. ‘전기차=테슬라’ 공식을 만들어온 테슬라의 점유율이 올해 누적 기준 5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쟁사가 판매 장려금 등으로 실질적인 가격을 낮추는 데 따른 영향이다.

자동차 산업 데이터 기관인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테슬라의 미 시장점유율은 올해 1~4월 50.1%(등록차량 제조사별 비율)로 지난해 같은 기간(60.8%)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2022년 같은 기간 테슬라의 점유율은 70%였다는 걸 감안하면 매년 10%p씩 떨어지는 추세다. 테슬라는 지난 4월 한 달간 점유율(46.3%)에선 이미 경쟁사들에 과반 몫을 내준 상태다.

테슬라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후순위 주자들은 판매 장려금을 써가며 실질 가격을 낮춰왔다. 판매 장려금은 차값에서 일정 부분을 딜러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1000만원짜리 차를 파는 딜러에게 100만원의 성과급을 준다고 가정하면, 이 딜러는 차값 중 100만원을 본인 재량껏 조정해 판매하는 차값을 낮출 수 있다.

도요타 장려금, 테슬라의 9배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머스탱 마하-E’에 대해 대당 9000달러의 장려금을 쓰고 있다. 포드의 4월 판매량(5358대)은 1년 전(1384대)에 비해 287% 올랐다. 토요타는 ‘bZ4X’에 대당 1만963달러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4월 판매량(625→4666대)을 1년새 647% 늘렸다. 현대차도 7500달러 정도의 장려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반면 테슬라가 지급하는 인센티브는 대당 1392~1853달러에 그친다. 올해 초 1024~1104달러였던 장려금을 경쟁사를 의식해 높인 게 이 정도다. 게다가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 ‘모델3’는 중국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올해 초부터 미 정부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부품 공급처를 바꾼 뒤 이달 중순 들어 세금 혜택 심사를 다시 통과한 상태다. 다만 앞으로 회복될 세금 혜택 최대 7500달러가 고스란히 차값 하락에 반영된다고 해도 포드·도요타가 제공하는 장려금엔 미치지 못한다.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판매 증가가 계속될 거라 생각했던 각 업체가 그 동안의 초과 생산분을 처분하기 위해 이 같은 판매 전략을 쓰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출혈을 동반한 추격이란 얘기다. 미 중고차거래 업체 ‘아이씨카닷컴’(iSeeCars.com)의 칼 브로어 선임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수년 전 생산량 경쟁을 했던 전기차 업체들이 지금 숙취를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각 제조사들이 생산량 축소와 재고 정리가 될 때까지 이 같은 출혈성 '밀어내기'가 이어질 거란 얘기다. 이 분석 대로라면 테슬라의 점유율 하락은 일시적일 수 있다.

美 2위 현대차·기아 ‘현지 생산’으로 추격

현대차·기아는 리스 판매 방식에 주력하면서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2위)을 10%대까지 올려놨다. 리스는 고객 입장에서 장기 렌터카와 유사한 형태의 차량 구매 방식인데,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리스로 판매하면 아이오닉 등 미국 밖에서 생산한 전기차도 똑같이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미 의회 등 관가에선 현대차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액공제 비적용 차량을 리스로 싸게 팔아 IRA를 우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 4분기 조지아주에 완공될 예정인 새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규제 우회 논란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현지 생산을 시 하면 리스 위주로 공략해온 미 전기차 시장을 개인 구매자 영역으로도 확대할 수 있어 전기차 판매 경쟁을 더 확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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