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 세계선수권 리커브 남자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10일 광주 5·18 민주광장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안긴 이들 3인방은 미국의 엘리슨 브레이디, 트렌턴 코올스, 크리스천 스토더드을 6-0(56-55 57-55 59-56)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정상을 지켰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던 태극궁사들은 지난달 27일 갑작스럽게 별세한 박성수 감독을 기리며 잠시 묵념했다. 박 감독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감독으로 남자 대표팀을 지휘했다.
대표팀은 2021년 양크턴 대회부터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최고의 순간, 스승을 먼저 기억했다. 동시에 대회 초반 고전하는 리커브 대표팀 첫 금메달을 따내며 물꼬를 텄다. 대회 통산 10번째 금메달을 따낸 맏형 김우진은 “단체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매우 기분 좋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목표가 남아있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제덕도 “단체전 우승이 최고 목표였는데 한국에서 한 시합에서 그 목표를 이뤄서 너무 뿌듯하다”고 했다.
파리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김우진은 이번 대회에서 두 차례 쓴 맛을 봤다. 이날 오전 남자 개인전 32강전에서 마르쿠스 달메이다(브라질)에게 져 이변의 희생양이 됐고, 안산(광주은행)과 함께 출전한 혼성 단체전 결승전에서도 스페인 엘리아 카날레스, 안드레스 테미뇨에 졌다. 2011년 토리노 대회부터 2023년 베를린 대회까지 이어진 리커브 혼성전 7연승 행진이 깨졌다.
정작 당사자는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김우진은 “결과가 정해져있다면 스포츠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어떤 선수가 빛날 수도 있고 다른 선수가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며 “스포츠 경기를 하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오늘 일어난 것이다. 오늘 경기가 끝이 아니고 다시 또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마지막 엔드를 앞두고는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대표팀이 서로 주먹을 부딪치며 화이팅을 외치다가 이우석의 장비가 손에서 빠졌고 급히 화살을 쏘는 순서를 바꿔 이우석 대신 김제덕이 첫 순서로 나섰다. 이우석은 “의욕 과다였다”고 웃었고, 김우진은 “순번을 바꿔서 쏘는 연습을 해뒀는데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했다.
세 선수는 다음달 전국체전에서 경쟁자로 맞붙는다. 김우진은 “그냥 싸우는 거죠”라며 “각 소속팀 선수로서 경쟁을 서로 해야 실력도 느는 법”이라고 했다. “선의의 경쟁을 해서 내가 메달을 다 가져가겠다”는 이우석의 다짐에, 김제덕은 “나도 좀 가져가겠다”고 받아쳤다. 김우진은 “이우석은 작년 전국체전 노메달이었다”며 놀렸다.
한편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린 여자 단체전에서는 안산, 강채영(현대모비스), 임시현(한국체대)이 인도를 5-3(54-51 57-57 54-57 58-56)으로 꺾어 동메달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