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덕텔링] '오션 2000 vs HDS-2300' 2000톤급 잠수함 경쟁 승자는?

2024-11-13

[비즈한국] 한화오션이 잠수함 수출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잠수함 ‘오션 2000’을 최초 공개했다. 이는 3000톤급 중대형 재래식 잠수함 ‘장보고-3’에 비해 크기는 줄었으나 경제성과 운용 효율을 높인 모델이다. 향후 수출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의 HDS-2300 잠수함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의 신형 잠수함에 관해 설명하기 전에 현재 잠수함 수출시장의 배경과 현황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해군이 운영 중인 ‘장보고-3’ 잠수함은 원자력 잠수함이 아닌 잠수함 중 여러 가지 기록과 성과를 달성한, 세계 최고의 재래식 잠수함 중 하나다.

우선 잠항 시간이 매우 길다. 해군은 장보고-3(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의 잠항 성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재래식 잠수함 중 최고 기록’이라고 밝혔다. 1990년대 이전의 재래식 잠수함은 겨우 2~3일, 2000년대 도입된 장보고-2(손원일급)가 2주 이상 연속 잠항할 수 있지만, 장보고-3은 최소 3주 이상에서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잠항이 가능하다.

재래식 잠수함 중 아주 소수만 가지고 있는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것도 장보고-3의 가장 큰 강점이다. 탄도미사일은 지상, 해상, 공중 등 다양한 곳에서 발사가 가능하지만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다. 수중에서 발사하니 기습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보고-3 잠수함은 이런 기능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복잡한 미사일 시스템을 갖췄다. 3000톤급 잠수함은 장보고-3 외에도 몇 종류가 더 있지만, 호주의 콜린스(Collins)급 잠수함처럼 곧 퇴역 하거나 프랑스의 블랙소드 바라쿠다(Blacksword Barracuda)같이 아직 실용화되지 않은 것들 뿐이다. 현시점에서 장보고-3 잠수함은 수출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비싼 잠수함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폴란드의 오르카 잠수함 사업(Project Orka)과 캐나다의 순찰 잠수함 사업(CPSP) 등에서 장보고-3 배치(Batch) 2가 제안 중이나, 사실 대부분의 수출시장은 3000톤급보다 작은 2000톤급 중형(Middle Class)잠수함을 선호하고 가장 많은 수요가 있다.

중형 잠수함 수요에 처음 뛰어든 것은 HD현대중공업이었다. ‘HDS-2300’이라는 신형 잠수함 디자인은 수상 배수량 2300톤, 길이 73m, 전폭 8.5m로 장보고-2와 장보고-3 사이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HDS-2300의 가장 큰 특징은 ‘가성비’다. HD현대중공업이 폴란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보고-3 잠수함 1척을 구매할 예산과 HDS-2300 잠수함 두 척과 현지 정비시설 건설 예산이 비슷하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사실상 장보고-3 배치 2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화오션을 대놓고 저격한 제안이다.

한화오션 역시 대응에 나섰다. 지난 12일 방위사업청 주최로 개최된 ‘2024 ISTC 국제 잠수함 기술 콘퍼런스’에서 내놓은 수출형 잠수함 ‘오션 2000’(Ocean 2000)이 그것이다.

오션 2000은 사실 한화오션으로 함명을 변경하기 전부터 연구한 ‘DSME 2000’ 잠수함이 기원으로, DSME 2000 잠수함은 이미 2019년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공개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 공개한 DSME 2000 잠수함이 장보고-2급 잠수함을 개조했지만, 오션 2000은 장보고-3 배치 2를 축소한 모양이다. 선체와 함교(Sail), 동체의 유체역학적 디자인이 장보고-3의 고래 형 선체 디자인을 그대로 따랐다. 다만 기동성 향상을 위해 잠항타(Rudder)는 기존의 십자(+)형 대신 X자형으로 바꿨다.

오션 2000의 특징은 SLBM을 제외한 장보고-3 배치 2 잠수함의 특징을 거의 그대로 따왔다는 점이다. 리튬이온전지와 수소연료 전치 AIP(공기불요추진체계)를 탑재해 잠항 시간이 매우 길고, 장보고-3 배치 2에 적용된 소음 감소 장비나 전투체계가 그대로 들어간다. 다만 SLBM 미사일이 빠지고, 무장 탑재량도 미사일 혹은 어뢰 16발로 줄어든다.

수출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잠수함 사업은 장보고-3 배치 2, HDS-2300, 오션 2000의 세 가지 모델을 주력 상품으로 삼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지나친 비용 부담으로 잠수함 획득을 꺼리거나, 구형 잠수함을 대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국가들에서 신형 잠수함들은 매력적인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 방산 수출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호주 호위함 사업의 실패처럼 ‘원 팀’이 아닌 ‘투 팀’으로 경쟁하는 것은 여전히 걱정스럽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장보고-3 배치 2를 공동 개발했고, 지식재산권(IP)은 방사청이 가지고 있다. HDS-2300과 오션 2000은 어떤 의미에서는 ‘결별’을 위해서 각자의 독자 잠수함 디자인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한 나라에 속한 조선소가 각자 완전히 결별하기는 쉽지 않다. HDS-2300과 한화오션 모두 말굽형 음파탐지기, 진동 감소 설계, 음향 흡수 타일, 연료전지, 리튬이온전지, 어뢰, 미사일 등 많은 핵심 기술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 업체에 이런 기술이나 장비를 들여오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단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두 조선소가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의욕적으로 신규 잠수함 디자인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핵심 기술을 공유해야만 하는 상황을 인정하고 업체별 마케팅 지역 구분, 장보고-3시스템과 같은 공동 개발, 혹은 방사청이나 국방부 주도의 통합 수출 전략을 세우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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