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11.13 12:00 수정 2024.11.13 12:0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빠른 속력, 넓은 활동 범위
고정익 무인기 시제기 전투실험
"고정익 무인기 운용에 최적화된
함정 형상과 소요 기술 등 도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무인기 효용성이 증명된 가운데 우리 군은 바다 위에서도 무인기를 운용하기 위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드넓은 동해는 군 당국이 실시간 대응을 자신하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가 뚜렷한 만큼, 적극적인 무인기 활용이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거란 평가다.
해군은 13일 동해상에서 운용 중인 대형수송함 독도함(LPH)에서 고정익 무인기 시제품을 이륙시키는 전투실험(Warfighting Experiment)을 전날 실시했다고 밝혔다.
전투실험이란 운용 개념 및 요구 능력을 충족하는 신기술·신체계·신교리·신조직 등의 대안들을 반복적으로 실험·성숙시켜 성공이 보장되도록 하는 과정을 뜻한다.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은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전투체계 중심의 첨단과학기술군 건설'을 위해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 일환"이라며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굳건한 군사대비태세를 확립하고 무인항공 전력을 조기에 확보·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해군이 활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비행갑판이 마련된 대형 함정에서 고정익 무인기를 이륙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군은 그간 함정에서 수직 이착륙 무인기만 운용해 왔다.
고정익 무인기는 회전익 무인기에 비해 빠른 속력과 넓은 활동 범위를 가져 해상에서의 효과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고정익 무인기는 통상 육상의 긴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도록 고안돼 함정 운용을 위해선 추가적으로 고려할 사안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독도함에서 이륙한 고정익 무인기는 100m 미만의 함정 비행갑판에서 활주 및 이륙이 가능해 전투실험에 적합했다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해당 무인기는 미국 제너럴아토믹(General Atomics Aeronautical System Inc)에서 개발 중인 모하비(Mojave) 시제품으로, 날개폭 16m, 길이는 9m에 달한다. 순항 속력과 최대 속력은 각각 120kts(노트), 140kts이며 최대 고도는 1만 피트, 항속시간은 3.5시간이다.
이번 전투실험에 투입된 시제기는 지난 4일 부품 형태로 독도함에 적재됐고, 일주일 동안 조립 및 시운전을 거쳤다.
준비를 마친 시제기는 전투실험 당일, 독도함 항공기 격납고에서 항공기 승강기를 이용해 비행갑판으로 이동했다.
무인기는 독도함 비행갑판을 내달려 이륙한 뒤 함상 착륙을 모사해 독도함을 근접 통과하는 모의착륙 기동을 실시했다. 시제기 조작 및 비행은 우리 군이 아닌 제작사 관계관이 시행했다.
해군은 "약 1시간 동안 독도함, 해군항공사령부와 통신을 유지하며 동해 상공을 비행했다"며 "이후 무인기 통제권이 독도함에서 해군항공사령부로 전환됐고, 무인기는 포항 해군항공사령부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전했다.
전투실험을 주관한 김병재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준장)은 "최근 전쟁 및 전투사례 등에서 무인기의 효용성이 검증됐다"며 "해군도 해상에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무인기 운용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번 전투실험을 통해 고정익 무인기 운용에 최적화된 함정 형상과 소요 기술 등을 도출하고 도출된 결과를 발전시켜 AI 기반 무인전투체계 중심의 첨단과학기술군 건설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에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 국방부, 합참, 육군, 해병대, 방위사업청, 한국국방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 업체 관계관 등 200여 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