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났는데, 의협 비대위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 촉구

2024-11-22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를 향해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인 대입 절차가 시작된 상황에서 신입생 모집 중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22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공의·의대생은 물론 의대 교수·개원의·봉직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을 하나로 모아 싸울 것”이라며 “2025학년 의대 모집을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전날 열린 제1차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강경파로 꼽혔던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이 지난 10일 탄핵당한 후 출범한 비대위 역시 전공의, 의대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정부가 이를 무시하면 의대 교육환경은 파탄으로 갈 것이며 그 후유증은 1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됐고 대입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가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의대 모집을 중단할 경우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교육 및 입시 현장에서도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의협은 증원된 정원대로 신입생 모집이 이뤄지면 의대 교육의 질이 저하돼 결국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간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다가 본격적인 대입 절차가 시작되자 이제는 ‘의대 모집 중단’을 주장하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들이 배출돼 평생 환자를 진료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며 “대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미 입학해 있는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세종대와 일본 도쿄대 등이 교육 여건을 이유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사례를 언급하며 학생들을 정상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대는 1990년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대규모 유급 사태가 벌어지자 이듬해 전체 신입생 모집 인원 중 4분의3 이상을 뽑지 않은 적이 있고, 도쿄대는 1968년 발생한 학생운동 조직 전공투의 학내 점거로 인해 다음해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은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대학의 모집 요강과 달리 입시 절차가 진행되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법적 소송의 가능성도 있다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전문가들의 입장 역시 비슷하다. 한 입시전문가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은 제로베이스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각 대학별 모집 요강과 인원이 다 발표된 상황에서 인원을 조정하는 건 정말 혼란이 클 수 있고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며 “실현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날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위원들이 동의해야 하는데 한 분도 그런 의견을 말씀하신 분이 없어 전날 논의 자체가 안 됐다”며 “정부가 그동안 저지른 것을 ‘그냥 받아들여라’라는 형태의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비대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했다. 그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의 선결 조건에 대해선 “가장 첫 번째는 신뢰 회복 조치”라며 “신뢰가 깨진 상황에선 대화를 하기 어렵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정부가 어떤 조치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협의체에 대해 “실제로 회의가 돌아가는 걸 보니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다”면서 현재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를 향해 “의료계 직역이 하나로 모인 비대위가 일을 하니까 무거운 짐을 벗고 거기서 나오시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사회 각 분야의 문제점을 깊게 이해하고 정교하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눈먼 무사’처럼 마구 칼을 휘둘러 왔다”면서 “선무당과 눈먼 무사가 벌이는 의료농단에 강력히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을 거론하며 “비대위는 끝까지 이들과 여당의 죄과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것”이며 “의료 농단에 강력히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오는 27일 2차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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