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유수연 기자] "아저씨 좋아하는 게 뭐 어때서요?"
영화 '기타맨'(감독: 김종면, 이선정)은 고된 현실 속에서도 음악을 통해 삶의 희망을 되찾으려는 한 기타리스트의 여정을 그린다 주인공 기철(이선정)은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생계조차 불안한 채 떠돌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기타리스트다. 우연한 기회로 라이브 클럽 밴드 ‘볼케이노’의 기타리스트로 합류하게 된 그는, 키보디스트 유진(김새론)을 비롯한 멤버들과 함께 생활하며 점차 닫혀 있던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기철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발붙이지 못하고 밀려난 사람이다. 무관심과 냉소로 스스로를 단단히 가둔 채 살아가지만, 유진과 볼케이노는 그 벽을 진심과 온기로 서서히 무너뜨린다. 그렇게 다시금 삶의 온기를 느끼는 듯했던 기철. 하지만 끝까지 그를 따라다니는 과거의 그림자가 결국 또 한 번 차가운 현실로 그를 밀어낸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음악의 힘을 그려낸 이 영화는, 공개 전부터 키보디스트 ‘유진’ 역의 故김새론이 유작으로 남긴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모았다.
김새론은 아역 시절부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였다. 하지만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논란에 휩싸이며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사고로 주변 상가 정전까지 발생해 비판 여론이 거셌고, 그는 자숙에 들어갔다. 이후 연극 '동치미' 등으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고, 결국 하차하게 됐다.
영화 ‘기타맨’은 그런 김새론이 다시 배우로 서기 위해 준비한 복귀작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편집 중이던 지난 2월, 김새론은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복귀를 앞두고 세상과 이별했다는 사실과 함께, 비보 후 이어지는 그를 둘러싼 사생활 이슈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렇게 김새론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그의 유작 '기타맨'이었지만, 작품 자체로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음악을 매개로 상실과 회복을 그리려는 의도는 분명했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는 서사엔 힘이 실리지 않았다. 이야기의 전개는 다소 어색했고, 인물 간의 감정선 역시 충분히 설득되지 못한 채 흘러갔다.
무엇보다 김새론이 연기한 ‘유진’이라는 인물은 극 안에서 의미 있는 존재라기보다, 남자주인공의 성장 서사를 위한 도구처럼 소비된 인상이다. 극 중 유진은 "아저씨를 좋아하는게 뭐 어때서 그렇냐"라며 최소 10살 이상 차이나는 주인공에게 일방적인 호감을 줄곧 보이다가, 결국 그의 ‘각성’을 돕는 방식으로 퇴장한다. 배우 김새론이 이 작품을 위해 다시 연기자로 나서야 했던 이유에 설득력이 부족했던 만큼, 그의 복귀작이자 유작이라는 점이 더욱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결국 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는 건, 극중 유진이 지어 보이는 해사한 미소뿐이다. 그 장면들만이 김새론이라는 배우가 남긴 마지막 인사를 담은 듯 유일하게 빛나 씁쓸함을 자아낸다.
5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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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