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의 ‘이 나라’ 멈추면 벤츠·BMW도 없다...‘히든챔피언’ 폐지 한국은 중기육성 의지 있나 [기자24시]

2024-10-14

“오스트리아는 글로벌 대기업도 별로 없는데 왜 지금도 잘 나가지?”

지난 여름 빈을 여행을 하면서 들었던 의문이다. 실제로 포브스 선정 세계 2000대 기업에는 한국 기업이 61개나 있지만, 오스트리아 기업은 9개에 불과하다. 100위권으로 좁히면 한국은 삼성전자(21위), 현대자동차(93위) 등 2개 기업이 있지만 오스트리아는 아예 해당 사항이 없다.

그러나 소득수준은 오스트리아가 한국보다 1만달러 이상 높다. 지난해 1인당 GDP는 한국이 3만4469달러, 오스트리아는 4만5851달러였다. 지난 여행 당시 현지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엔지니어에게서 “오스트리아 기업의 기술 수준이 꽤 높다”는 설명을 듣긴 했지만 의문을 온전히 해소하지는 못 했다.

지난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중소기업 글로벌화 대토론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를 기반으로 연 매출 5000억원대의 영산그룹을 일군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은 “오스트리아는 세계적인 강소기업들이 많다. 자체 완성차 브랜드 공장은 없지만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공급을 하지 않으면 벤츠나 BMW 차량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9.6%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의 고용규모는 약 200만명(67%), 매출규모는 5354억 유로(62%)에 달한다. 특히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는 강소 기업을 뜻하는 ‘히든 챔피언’을 171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사정은 딴 판이다. 국내 중소기업은 92%가 내수시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그나마 이중 86%는 ‘타기업 납품’을 통해 수입을 얻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정부 조달사업이나 대기업 납품에 의존하고 있다. 빠르게 산업화·근대화를 진행하며 중화학공업·대기업·수출 중심 경제발전을 한 영향이다.

그 전략이 한국을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전략만으로는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2000년대부터 히든챔피언 육성 정책이 시행됐지만 그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8월 ‘올해의 히든챔피언 선정에 관한 운영요령’을 폐지했다. 2016년 딱 한 해 운영했지만 수상기업에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어 중소기업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이듬해부턴 아예 행사가 중단됐던터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중소기업 연구·개발 인력 확보 지원을 비롯한 실질적인 히든챔피언 육성 정책이 절실한 시기다.

이윤식 벤처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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