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피 넣었는데 왜 안 죽지”… 사랑의 탈을 쓴 보험사기 [그해 오늘]

2024-06-30

단순 사고가 아닌 치밀한 계획 살인

복역중인 이은해 “오빠 죽이지 않아”

5년 전 오늘, 가평의 한 계곡에서 단순한 사망 사고로 묻힐 뻔한 계획살인 범죄가 세상에 드러났다.

2019년 6월 30일, 피해자 윤상엽(향년 39세)은 이은해(당시 28세)와 조현수(당시 30세)와 함께 가평군 용소폭포에 물놀이를 갔다가 숨졌다. 윤상엽은 이은해의 남편이었고, 조현수는 이은해의 내연남이었다.

사건 초기 가평경찰서는 이를 단순한 물놀이 사고로 보고 그해 10월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윤상엽의 누나 윤모 씨는 멀쩡하던 동생이 결혼 후 숨진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고, 그해 10월 일산서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사건을 제보했다.

또한 윤씨는 당시 운영 중이던 청와대 국민 청원을 통해 “동생의 사망 이후 너무나 이상한 정황들이 많다”며 수사 당국에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씨는 “15년간 직장 생활을 열심히 했음에도 통장 잔고 하나 없이 동생 앞으로 많은 빚이 남겨졌고, 퇴직금마저도 없다고 한다”며 “동생은 사랑이었지만, 이은해는 목적이 있는 만남이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능범죄수사팀장은 사건을 검토 후 살인과 보험사기 혐의가 의심된다고 판단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사결과 이은해와 조현수가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수영을 못하는 윤상엽을 가평군 용소계곡에 강제로 다이빙시켜 사망하게 했다고 보고 2022년 3월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며 지명수배를 내렸다.

검찰은 이외에도 이은해와 조현수가 가평 계곡에서 저지른 범죄 외에도 윤상엽 살인미수 사건을 여러 건 확인했다. 복어 독이 섞인 음식을 윤상엽에게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는 등의 살인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이다. 이은해는 2019년 남편 윤상엽에게 복어 독을 먹인 후 조현수에게 “복어피를 이만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은해는 2020년 3월, 남편의 죽음 이후 사망보험금 8억 원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보험사기를 의심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은해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SBS방송‘그것이 알고 싶다’에 사건을 제보하는 등 언론을 보험금 지급에 이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은해와 통화를 한 김영태 PD는 이은해의 언행에 의문을 느끼며 취재를 했고, 2020년 10월 방송을 통해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또한 이은해는 2년 넘게 죽은 윤상엽의 국민연금 유족연금을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달에 46만원씩 약 28개월간 1300만원을 수령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명수배 이후 한 달간 도주 생활을 이어가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1심 재판부는 이은해에게 무기징역, 조현수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고, 2심을 거쳐 대법원은 형을 확정했다.

현재 복역 중인 이은해는 지난 5월 MBC 방송을 통해 옥중 편지를 공개했는데, 편지에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은해는 “편지를 쓰기까지 정말 망설였다”며 “오빠를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꼭 밝히고 싶다. 아무도 원하지 않고, 불편한 진실이라 하더라도 사실은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은해의 부친 역시 “딸이 무죄라고 믿고 있다”며 “딸이 아직까지도 ‘아빠, 난 너무 억울해. 아빠, 나 정말 사람 안 죽였다. 돈 때문에 사람 죽일 그렇게 악한 여자가 아니야’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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