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은 고씨 머리채 당겨 총격한 듯”

2024-07-01

고보임씨 피살사건 미스터리

(5) 앤서니 존슨 수사관 인터뷰

“유가족 위해 수사 계속할 것”

계획적인 범행으론 생각 안해

현금 남은 것은 지금도 의문

한인들의 적극적인 제보 필요

44년 경력의 샌디에이고카운티 검찰청 소속 앤서니 존슨 수사관은 20여년간 미제 사건을 담당해온 전문가다.

그는 약 2개월 전 지문 재검색 결과를 통해 고보임씨 피살사건 용의자를 확인하고 30여년 만에 케이스를 다시 오픈했다.

용의자를 조회했을 때 이미 사망한 상태였지만 존슨 수사관은 유가족과 커뮤니티를 위해 수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본지는 샌디에이고 에서 존슨 수사관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30여년 만에 용의자를 찾았다.

“5년, 10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일이다. 지난 2012년 차세대 범죄 데이터망(Next Generation Identification·NGI)이 나오고 점차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 인식의 정확도를 정말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됐다. 우리는 샌디에이고 경찰국 지문 수사관을 통해 이 지문들을 확인했고 용의자 원동호(영어이름 밥)를 발견했다.”

-유력한 용의자인데 이미 사망한 상태다.

“그렇다. 재수사를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용의자가 사망한 상태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사건을 종결시키기에는 의혹이 많았다. 또한 남은 유가족과 커뮤니티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으며 살인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하고 싶었다.”

-용의자와 피해자는 무슨 관계인가.

“아직 두 사람 간의 연관성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 수사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건 당시 용의자가 피해자의 차를 운전한 것으로 추정되며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따라갔던 것 같다. 차량 백미러에서 용의자의 지문이 나왔고 운전석이 키 5.2피트 사람 체형에 맞춰져 있었는데 원씨의 키가 5.2피트다. 또한 피해자가 마치 상대편을 알고 있는 것 같았고 겁에 질린 모습이 아니었다는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을 가능성도 있다.”

-처형식 총격 살인이었나.

“일단 부검 결과를 보면 총알이 피해자의 뒤통수에 들어갔다가 얼굴로 튀어나와 안경이 깨졌다. 시신이나 탄피, 깨진 안경의 위치로 볼 때 피해자는 자동차 바닥에 있었던 것 같다. 무릎을 꿇고 있었을 수도 있다. 고씨의 몸은 운전석 방향을 향하고 있었고 용의자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피부에 총이 닿은 채로 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의자는 총격 후 상자와 신문지로 시신을 덮었고 고씨의 차량 열쇠를 가지고 현장을 떠났다.”

-살인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나.

“용의자가 사건 1년 전에 총기(Sundance Model A-25, 시리얼넘버:18953)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만큼 장기간 계획한 살인은 아닌 것 같다. 살인 의도가 있었더라면 왜 굳이 자신의 총을 사용했을까라는 의문도 남아있다. 또 경찰의 추적을 염두에 뒀다면 총을 함부로 버리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누군가는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만약 용의자 원씨의 총을 회수해서 시험해볼 수 있다면 사건을 결정짓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할 것 같다.”

-고씨가 인출한 현금이 차에 그대로 있었다.

“가장 큰 의문이 남는 부분 중 하나다. 또한 이 사건을 강도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고씨가 인출한 현금 4만여 달러는 고씨의 차 트렁크에 있었다. 깊이 숨겨진 것도 아니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또 고씨의 양말과 발목 등 신체에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당시 경찰의 최종 수사 보고서에도 현금이 발견된 장소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그런데도 당시 강도사건으로 의심된 이유는 로컬 언론들이 초동 수사 보고서 혹은 현장의 코멘트만을 참조해 ‘돈은 찾지 못했다’고 보도한 후 후속 보도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이 사건의 특이점은 무엇인가.

“당시 경찰의 탐문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씨와 주변 인물 간에 상당히 복잡한 남녀관계가 있었다는 루머가 기록돼 있어 주목하고 있다. 가장 이상한 점은 트렁크에 4만 달러가 있었는데 손도 대지 않았다는 것. 돈을 노린 청부살인이었어도 트렁크에 돈이 있으니 가져오라고 했을 것. 그녀의 남편이나 킬러를 아는 주위 사람이 사건 배후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용의자 원씨를 아는 사람은 없나.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원씨의 아내와 얼마 전 연락이 닿았다. 서류상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 1998~1999년 사이 원씨가 미시간으로 떠났을 때부터 따로 살았다. 원씨의 아내는 피해자 가족을 전혀 알지 못했고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앞으로 수사 방향은.

“원씨와 고씨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배경, 군 기록 등을 한국에 요청하려고 한다. 고씨와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오필훈씨의 남동생이 한국의 특수부대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 오 형제와 원씨의 관계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수사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사건에 대해 아는 한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다. 이 사건은 현존하는 미제사건 중에 오래된 케이스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 연루된 인물들이 고령으로 죽은 경우가 많고 말소된 기록들이 많다. 원씨가 과거 무슨 일을 했는지, 어디서 근무했는지 등 알고 있는 한인들이 있다면 꼭 제보해달라.”

▶제보:Anthony.Johnson@sdcda.org / (619) 756-5230 (앤서니 존슨 수사관)

샌디에이고=서정원 기자, LA=장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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