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욕망, 성적해방에 대해 노래하는 팝가수 ‘도자 캣’(doja cat)의 퍼포먼스는 선정적이기보다 관능적이었고, 유해하다기보다 전복적이었다. 지난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팝스타 도자 캣의 첫 단독 내한 콘서트 <마 비(ma vie)> 현장은 뜨거웠다.
타일 모양의 형광 빛 조명 사이로 1980년대 뉴올리언스 재즈 클럽을 떠올리게 하는 브라스 밴드의 연주로 시작된 공연. 민트빛 머리칼에 갓을 떠오르게 하는 검은 모자를 쓰고, 엉덩이가 다 드러나는 검정 바디수트를 입은 도자 캣이 등장하자 공연장은 ‘도자(doja)’를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도자 캣은 첫 곡 ‘카드’부터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밴드 한가운데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추는 춤은 ‘가수’라기보다 ‘퍼모머’로 보일 만큼 훌륭했다. 이어지는 곡 ‘키스 미 모어’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한 히트곡으로, 이번 공연에서는 브라스 밴드 버전으로 편곡해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 콘서트에서 도자 캣은 지난 9월 발매한 앨범 <마 비>의 곡들을 중심으로 1시간 40여 분간 총 27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도자 캣은 이렇다 할 휴식이나 멘트도 없이 몰아치듯 라이브를 이어나갔다. 다채로운 춤과 완벽한 랩과 노래로 원곡 이상의 콘서트 경험을 만들어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자신의 머리카락 색과 비슷한 형광 녹색의 마이크 선과 마이크 스탠드를 활용한 퍼포먼스였다. ‘더블유와이엠 프리스타일’ ‘데몬스’ ‘티아 타메라’로 이어지는 무대에서 도자 캣은 강렬한 랩과 함께 돌출 무대를 휘저으며 관능적인 춤을 선보였다. 특히 무대 바닥에 누워 선보인 춤사위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마이크선을 잡고 이를 채찍처럼 휘두르던 도자 캣은 ‘아임 어 맨’을 선보이던 막바지 마이크를 입에 넣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밴드였다. 각 곡을 유연하게 이어나가는 브라스, 드럼, 키보드의 즉흥 연주는 공연의 흥을 한껏 끌어올렸다. 도자 캣은 자신의 히트곡을 브라스 세션을 활용해 편곡해 선보였다. 무대 ‘페인트 더 타운 레드’나 ‘우먼’ ‘세이 소’를 선보일때 관객들은 후렴은 물론 랩까지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공연장에 모인 1만4000여명의 관객 중 대부분은 2030여성이었다. 그의 스타일을 모방한 듯 머리를 붉게 물들인 관객들도 눈에 띄었고, 풍성한 퍼 코트를 입고 화려하게 치장한 여성 관객들도 많았다. 공연 내내 이어진 떼창과 호응에서도 여성들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컸다. 도자 캣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과장된 성적표현을 담은 과감한 퍼포먼스는 여성관객들에게 메타적 농담이자 일종의 해방구로 느껴진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래퍼인 도자 캣은 힙합부터 알앤비, 팝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음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일명 ‘틱톡 레퍼’로 알려져 있지만 노래 실력도 뛰어나다. 대부분을 직접 작사 작곡한 그의 음악은 풍부한 목소리와 파워풀하고 화려한 랩핑이 함께 담긴 것이 특징이다. 그는 2022년 가수 SZA와 함께한 노래 ‘Kiss Me More’로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듀오 퍼포먼스’를 수상했고, 2024년에는 세계 최고 팝 페스티벌인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여성 래퍼 최초로 메인 헤드라이너로 섰다.
그의 음악은 대부분 감미롭고 듣기 편한 멜로디와 달리 노랫말은 여성의 성적 자유나 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담고 있다. 때문에 그의 곡 대부분은 19세 미만 청취 불가이며, 이번 공연도 19세 미만 관람 불가였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출발한 도자 캣의 월드 투어<마 비(ma vie)>는 서울을 거쳐 도쿄, 가오슝 등 아시아 등지를 거친 뒤 남미와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