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수상’ 도자 캣, 마력으로 1만4000 관객 홀린 육각형 퍼포머

2025-12-14

망사스타킹에 구멍이 날 때까지 도자 캣(Doja Cat)은 멈추지 않았다. 몸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타다가 다리를 크게 들어 올린 채 랩을 이어갔고, 바닥을 굴러다니며 노래를 계속했다. 1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그의 첫 내한공연에서다. 눈보라를 뚫고 현장을 찾은 1만4000명은 도자캣의 강도 높은 퍼포먼스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공연은 오후 8시 3분 암전과 함께 약 1시간 40분간 이어졌다.

도자 캣은 올 2월 블랙핑크 리사와 협업곡 ‘본 어게인’을 발매하고, 2022년엔 방탄소년단과 그래미 시상식에서 만난 인연이 있어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가수다. 그해 그래미에서 ‘키스 미 모어’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공연 오프닝에서 도자 캣은 정규 앨범 ‘비(Vie)’의 첫 트랙 ‘카드(Cards)’를 선곡했다. 이번 내한은 지난 9월 발매한 ‘비’를 기념한 ‘마 비 월드투어(Ma Vie World Tour)’의 일환으로, 만 19세 이상 성인만 입장 가능한 ‘19금’ 공연으로 진행됐다.

공연 전반에 ‘비’ 수록곡을 배치하면서도 도자 캣이 송라이터로 참여한 히트곡 ‘세이 소(Say So)’, ‘페인트 더 타운 레드(Paint the Town Red)’,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 ‘우먼(Woman)’ 등을 곳곳에 넣어 신곡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도 즐길 수 있게 했다. ‘아 맨(AAAHH MEN!)’에 이어 1967년 더 스펜서 데이비스 그룹의 ‘아임 어 맨(I’m a Man)’을 재해석한 무대도 보여줬다.

도자 캣은 블랙으로 색감을 맞춘 베레모에 엉덩이를 드러낸 바디슈트와 망사스타킹 차림 그대로 무대를 끝까지 소화했다. 귀와 목, 허리를 은빛 장신구로 장식했고 에메랄드 빛깔의 머리색으로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대는 블랙 의상과 대비되는 네온 가득한 화려한 색감이었다. 큐브처럼 쌓인 LED 세트가 곡의 분위기에 따라 색과 질감을 바꾸며 시선을 붙잡았다. 도자 캣은 LED 세트가 놓인 본무대와 함께 스탠딩 석을 가로지르는 런웨이 같은 일자형 돌출 무대를 오가며 동선을 넓게 활용했다.

손가락으로 허공을 찌르는 디스코 댄스를 추기도 했고 발재간이 돋보이는 토끼춤, 엉덩이를 강조한 트월킹 등 다양한 댄스도 보여줬다. 녹색 줄의 유선 마이크를 몸에 감으며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격한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망사 스타킹에 구멍이 나기도 했으나 감탄을 부르는 퍼포먼스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노래 콘셉트마다 화자에 빙의가 된 듯한 표정은 압권이었다. 그러면서도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보컬, 스타카토로 내뱉는 랩 등 라이브엔 흔들림이 없없다.

중반 이후에는 관객과의 호흡이 두드러졌다. 그는 “서울”을 외치며 자줏빛 네일아트를 한 손으로 손하트를 펼쳐보였다. ‘테이크 미 댄싱(Take Me Dancing)’에서는 관객에게 코러스를 맡겼고, ‘페인트 더 타운 레드’에서는 “코리아!”를 외치며 랩 떼창을 유도했다. 관객들의 휴대폰 불빛 이벤트가 있었던 ‘스트레인저(Stranger)’ 무대에서도자 캣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노래한 뒤 허리 숙여 인사했고,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사운드트랙 ‘보스 비치(Boss Bitch)’에서 다시 한 번 떼창이 터지자 “코리아!”를 외쳤다.

서울 공연을 마친 도자 캣은 15일 일본, 18일 태국, 21일 대만으로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2026년에는 남미와 유럽, 북미에서 12월까지 공연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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