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승부처, 박동원 만난 박영현, 체인지업 대신 ‘직슬’···LG-KT의 ‘참고서 시리즈’

2024-10-06

1년 전 KS 승부처가 곧 참고서

KT 배터리, 박동원 볼배합 변화

‘박영현 구위 판단’ LG 작전 반영

이번에도 1점차, 다만 이닝이 8회가 아닌 9회였다. 추격하던 LG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잠실 2차전 8회에서처럼 오지환의 출루로 기회를 잡았다. LG는 1사 1루는 김현수의 뜬공 범타로 2사 1루가 됐다.

지난 5일 KT-LG의 준플레이오프 잠실 1차전에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데자뷔’ 같은 장면이 이어졌다. KT가 3-2로 앞선 9회말 2사 1루에서 KT 마무리 박영현이 LG 거포 포수 박동원을 맞닥뜨린 것 또한 그랬다.

이날 경기가 두 선수의 승부로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오지환의 대주자로 나온 김대원이 박동원 타석 볼카운트 0-1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고 잡히면서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그러나 LG의 도루사 직전까지 박동원과 박영현의 승부는 깊은 수 싸움 속에 진행되던 중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전체 흐름은 2차전 8회 박동원이 3-4에서 터뜨린 역전 투런홈런으로 갈렸다. 초구 체인지업이었다. 우투수 박영현이 던진 체인지업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비행을 시작했지만, 체인지업 궤적대로 역으로 감겨 한복판으로 흐르며 박동원의 풀스윙에 그대로 걸려들었다. 더 먼 쪽에서 더 낮게 떨어뜨리려 했던 의도와 달리 양궁 과녁의 ‘X텐’처럼 스트라이크존 정중앙으로 말려 들어간 실투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1년만에 가을야구 승부처에서 박동원을 다시 만난 박영현은 포수 장성우가 2루 송구로 도루를 막은 2구째까지 슬라이더만 연이어 던졌다. 1,2구 모두 우타자 박동원 가장 먼쪽 보더라인을 스치는 정교한 피칭이기도 했다.

박영현과 박동원은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마무리되기 전 승부처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아마도 박영현도, 박동원도 지난해 기억이 없을 수 없다. KT 포수 장성우 또한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참고서 삼아 볼배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영현은 체력적 문제가 없는 전제로는 강력한 패스트볼만으로도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이다. 다만 올해 정규시즌에는 68.8%에 이르는 포심 패스트볼 구사율을 기록하면서도 25%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6.1%만 던진 슬라이더를 박동원에게 연이어 던진 것은 KT 배터리로는 뜻이 담긴 대목이었다.

사실, 박영현의 체인지업은 좌타자를 겨냥한 구종이기도 하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박동원과 만남에서처럼 치명적 실투가 될 수 있어 자주 꺼내는 구종은 아니다.

KT는 지난 1일 SSG와 5위 결정전 이후로 가을야구 모드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박영현이 우타자를 처리했던 과정도 흥미롭다. 5위 결정전에 이어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 2경기,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진행되기까지 우타자와 상대한 것은 모두 9차례. 그중 우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진 것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허경민을 만난 9회뿐이었다. 그때도 결과는 2루타로 썩 좋지 않았다.

LG 염경엽 감독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 9회 발 빠른 대주자를 올려놓고 박동원에게 2루타 이상의 장타를 기대하는 대신 득점권을 노리는 도박에 가까운 도루 작전을 쓴 것도 보편적 선택과는 크게 달랐던 대목이었다. 가을야구 출발점을 막 넘어선 박영현의 구위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와는 달랐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1년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바꿔 만난 LG와 KT의 승부. 누구든 참고서를 잘 활용할수록 승리에 다가설 수 있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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