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집에 있다 화재…열두살 하은이, 장기기증하고 떠났다

2025-03-04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일하고 간 착한 아이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인천 서구 심곡동 빌라 화재로 뇌사 상태에 빠진 문하은(12)양이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3일 오전 11시쯤 사망 선고가 나왔다. 2도 화상과 함께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로 중태에 빠진 지 닷새만이다.

회복을 빌던 부모의 마음은 무너졌지만,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수의사의 꿈을 꾸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은양 부모는 병원 측의 장기 기증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은 양은 심장, 신장, 췌장, 간을 기증하게 됐다. “동물을 좋아하고 생명을 아꼈던 만큼, 하은이가 동의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이유였다.

평소 “강아지” “내 새끼”라고 부르는 등 하은양은 부부에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이였다. 2013년생 하은양은 아버지를 위해 낯선 1990년대 노래를 자주 부르던 친구 같은 딸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춤을 추는 모습을 부부에게 들키면 부끄러워하던 10대 소녀이기도 했다.

비극은 지난달 26일 방학 중인 하은양이 홀로 집에 있을 때 발생했다. 소방에 따르면 신장 투석으로 이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방에 두고 사용했던 휴대용 버너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받는 중이었고, 가장인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다.

복지 사각지대가 하은양 사망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은양은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따라 위기아동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하은양 가정 역시 지난해 1월부터 복지 사각지대 위기 가구 대상에 5차례 올랐다. 하지만 모두 “하은양 가정의 소득이 지원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했다. 하은양 아버지의 지병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일자리를 잃은 상황이었다.

하은양은 학교 돌봄 교실도 이용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돌봄 교실은 1~4학년을 우선 수용하기 때문이다. 하은양 아버지는 “주민센터와 복지센터, 학교 등에 돌봄 관련 문의를 했지만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복지사각지대 발굴 분야 장관 표창을 받은 서구청은 “공식적인 문의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은양의 빈소는 오는 5일 오전 마련된다.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4일 부검을 해서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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