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압박에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대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촉발된 관세 전쟁으로 전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 장벽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모양새다. 특히 주요 철강 생산국에서 중국산 철강 제품에 잇따라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측이 맞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21일 중국무역구제정보망(CTRI)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중국을 상대로 접수된 무역 조사는 총 541건으로, 이 중 반덤핑 관련은 400건(73.94%)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무역 조사 건수는 전년 대비 127%나 급증한 198건이었다. 이는 2020년 131건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로, 199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아직 2월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까지 17건이 접수돼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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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산 저가 수출의 주요 품목인 철강 제품에 대한 무역 조사 건수 증가세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중국산 철강 관련 무역 조사 접수 건수는 총 66건으로, 이 중 반덤핑이 50건(75%)이나 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최근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 가운데 최근에는 주요 철강 생산국도 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전날 중국산 후판(두꺼운 철판)에 최대 38%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산 후판은 한국산에 비해 30∼40%가량 저렴해 국내 철강 업계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다. 유럽연합(EU) 또한 최근 중국산 철강 제품 3종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섰다. 중국산 냉연강판은 임시 반덤핑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말레이시아 통상산업부는 이달 7일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수입되는 아연도금 합금과 비합금 강판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은 최근 중국산 알루미늄에 대한 반덤핑관세(최대 35.58%)를 5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매체인 양청완바오는 철강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철강 산업의 과잉생산은 전 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과제”라며 “모든 국가가 협력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중국은 한국의 반덤핑관세 조치에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EU 등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기 바란다며 우려의 메시지를 내놓는 선에서 수위 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달 초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핵심 광물 수출제한 등으로 맞불을 놓았던 것처럼 무역 조치 상대국에 대해서도 보복 조치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재로서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