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고 갈라서고 다시 뭉친 갤러거 형제와 오아시스, 인터뷰에 담긴 성장사[BOOK]

2025-10-17

슈퍼소닉

오아시스 지음

사이번 핼폰 엮음

김하림 옮김

다산책방

"오아시스의 큰 힘은 나와 리암의 관계에서 왔다고 생각해. 밴드를 이끄는 힘이자 땅에 처박는 힘이기도 했지만."(노엘 갤러거)

"사실 우리가 생선 장수가 돼서 생선을 팔아도 때때로 송어 가지고 서로 때리면서 살았을 거야."(리암 갤러거)

한국 공연을 앞둔 세계적 밴드 오아시스는 1990년대 영국 맨체스터에서 결성해 브릿팝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 책은 이들의 '공식' 인터뷰집. 표지에는 갤러거 형제의 얼굴만 실려 있다. 그럴 만도 하다. 동생 리암은 보컬이자 프론트맨. 형 노엘은 작곡과 기타. 더구나 형제의 불화는 2009년 오아시스가 해체된 이유로 알려져 있다.

책은 형제 각각은 물론 가족과 멤버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인터뷰에서 한 말을 주제별로 나란히 엮었다. 덕분에 형제가 때로는 서로 치고받는 듯한 말들, 좀 더 냉정한 제삼자들의 말들을 한자리에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미리 밝혀두지만, 두 형제가 일상적으로 쓰는 비속어와 함께 술과 마약 얘기가 수시로 나온다. 책은 노동계급 가정에서 나고 자란 형제의 성장기부터 시작한다. 일찌감치 그만둔 학교, 몸 쓰는 일과 실업수당, 음악과 축구, 형제가 다 싫어하는 폭력적인 아버지, 형제가 저마다 애정을 담뿍 드러내는 어머니…. 갖은 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 페기는 직접 인터뷰에 나오는데, 리암이 처음 밴드를 한다고 했을 때 이렇게 말했단다. "헛소리 그만하고 나가서 일이나 해라."

책의 초점은 오아시스의 초기 5년. 형제가 모두 20대였을 때다. 리암이 기존 밴드에 합류해 이름을 '오아시스'로 바꾸고, 다른 밴드의 투어 스태프 경험이 있는 노엘을 영입하고, 눈 밝은 제작자와 극적으로 만나 계약을 맺는 등 밴드의 성장사가 상세히 펼쳐진다.

업계 관계자들이 뒷목 잡을 얘기도 넘쳐 난다. 첫 해외 공연을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배에서 술판을 시작해 결국 경찰에 체포된 일, 미국 투어 초반에 노엘이 다른 도시로 혼자 떠나버린 일, 외딴 농장의 녹음 스튜디오에서 싸움을 벌이고 난장판을 만든 일…. 상상 이상의 얘기들을 들려주는 와중에도 음악과 밴드에 대한 진심은 뚜렷이 드러낸다.

마법 같은 순간도 있다. 첫 음반 녹음이 잘 안 되던 상황에서 노엘이 순식간에 신곡('슈퍼노바')을 쓴 일, 공연 때처럼 합주하는 방식을 통해 하루 한 곡씩 일사천리로 녹음을 진행한 일.… 팬이라면 '돈 룩 백 인 앵거'에 나오는 '샐리'가 누군지, '원더월'이 무엇인지 등도 궁금할 터. 한데 노랫말에 별 의미가 없다거나 '듣는 사람 마음대로'라는 식의 답이 돌아온다.

라이벌 구도였던 밴드 블러 얘기를 비롯해 브릿팝 시대의 분위기 역시 곳곳에 흐른다. 해체의 이유를 굳이 찾자면 아마도 주도권 다툼일 텐데, 형제가 싸운 얘기는 워낙 많다. 왜 싸웠는지 기억도 못 하는 싸움을 포함해서다.

책에 실린 인터뷰는 넵워스 공연 20주년을 기념하는 다큐 '슈퍼소닉'을 만들며 2014년 진행됐다. 당시 언감생심이던 오아시스 재결합이 지난해 현실이 됐다. 인터뷰에서 형제가 서로에 대해 한 다양한 말들은 그래서 더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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